"죽은 나무는 수많은 객실을 갖춘 호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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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두번째 삶을 시작하는 나무나무는 죽어서 두 번째 삶을 산다. 균류부터 곰팡이, 곤충, 인간까지 말라 죽은 나무는 어떻게 다른 생물과 더불어 화려한 두 번째 삶을 시작할까.
균류, 곰팡이, 곤충 등의 보금자리
탄소 저장해 탄소 중립에 기여
<고목 원더랜드>는 고목(枯木)에서 펼쳐지는 생태계를 다룬 책이다. 죽어서 썩은 것처럼 보이는 고목은 천천히 분해되는 동안 다양한 숲속 생물의 보금자리가 된다. 책의 저자인 일본의 고목 연구자 후카사와 유는 이를 "수많은 객식을 갖춘 호텔"에 비유한다. 저자는 자신의 집 마당에서 말라 죽은 졸참나무를 실제 사례로 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나무가 죽으면 가장 먼저 찾아 오는 건 각종 균류와 곰팡이다. 흔히 버섯이라고 하는 곰팡이, 목재부후균은 나무를 분해한다. 나무에 자란 곰팡이를 먹기 위해 톡토기, 쥐며느리, 노래기, 진드기 등 곤충이 찾아온다. 이어 선충과 지렁이, 버섯을 먹는 다람쥐까지 온다. 나무가 분해되면서 습기를 머금으면 이끼 같은 하등식물이 자라기 시작하고, 분해가 더 진행되면 그 위에 대를 이을 나무가 자라난다.
저자는 "고목이 사라지면 고목에 사는 생물의 다양성도 잃게 된다"며 "생물다양성을 잃으면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그중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다. 고목에만 서식하는 어떤 균류가 암이나 감염증의 특효약이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고목은 인간에게도 다양한 혜택을 준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일치시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탄소중립'에 고목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목은 분해되는 과정에서 리그닌 등 일부 성분이 토양에 남아 탄소를 저장한다. 고목은 천천히 분해되기 때문에 고농도 탄소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 기후위기를 막고 탄소중립에 큰 보탬이 되는 중요한 기능이다. 저자는 최근 탄소중립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목질 바이오매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내놓는다. 목질 바이오매스는 "화석연료를 바이오매스로 바꿔 태우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태워지는 목질 바이오매스도 삼림에 축적된 탄소기 때문에 오히려 삼림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늘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숲속 고목은 가능한 그대로 두고 자연스럽게 분해되게 하자고 주장한다.
저자가 직접 연구한 내용을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써 학술적인 내용임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직접 그린 동식물 스케치와 현장 관찰 기록이 실려 있어 글만 읽고 떠올리기 어려운 균류와 곰팡이, 곤충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