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FX 강자' M83 "美 10조원 시장 공략"

기업 탐방

정성진 대표의 도전 경영
영화 '한산' 작업한 국내 1위社
중국 발판 삼아 해외진출 가속
M&A로 고급 인력·기술 확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커지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산업이 있다. 시각특수효과(VFX) 산업이다. OTT 콘텐츠는 TV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해외 동시 방영이 수월해 해외 진출을 꿈꾸는 콘텐츠기업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VFX 전문 기업인 M83은 이런 흐름을 적극 활용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2년 개봉해 726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인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한산도대첩 장면을 담당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국내 VFX업계 매출 1위 업체다.
정성진 M83 대표는 “한국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시장 규모가 큰 국가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계약이 체결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지난달 중국 한연 감독의 우주 공상과학(SF) 영화 ‘성하입몽’의 메인 VFX 제작사로 선정됐다. 정 대표는 “중국은 영화 소비 인구 증가세와 자국 영화 할당제가 맞물려 성장성이 높은 시장”이라며 “회사 매출 가운데 중국 매출 비중을 올해 3%에서 2026년 8%로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시장 진출이다. 정 대표는 “미국은 VFX 시장 규모가 10조원이 넘는다”며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달 노르웨이 VFX 기업을 인수할 예정이다. 미국 작품의 VFX 작업을 담당한 직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M83은 지난 8월 VFX 연구개발(R&D) 기업 디블라트를 인수했다. 이곳에는 국내외 명문 대학에서 수학 물리학 컴퓨터과학을 공부한 10여 명의 고급 인력이 있다. 정 대표는 “VFX는 자연현상을 수학과 데이터로 표현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예술의 영역을 넘어 기술의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해상 전투 장면은 물의 색을 비롯해 바람에 따라 바뀌는 물의 방향, 파도가 친 다음 물방울이 부서지는 모습 등을 모두 수학적으로 분석해 컴퓨터 데이터로 입력해야 한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VFX의 적용 범위도 확대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표적으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실감형 콘텐츠와 메타버스 플랫폼 등이 유망 분야로 꼽힌다.그는 “미국 디즈니월드 아바타 테마관에 가면 VR과 4차원 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를 통해 영화 아바타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실감형 콘텐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외부 현상을 관찰해 이를 기술로 구현해 내는 게 우리의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고도화를 위해 외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실감형 콘텐츠 제작을 위한 핵심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VFX를 통해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며 “영화와 드라마 제작 중심에서 벗어나 VFX 적용 영역을 확대해 종합 콘텐츠 제작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