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레이드' 뚜렷…미국 펀드로 돈 몰린다

트럼프 시대와 글로벌 펀드 투자 전망

세계 펀드 투자 자금 빨아들이는 미국
에프앤가이드, 트럼프 당선 후 한 달 분석
미국 펀드 설정액 1조3216억원 급증
인도 펀드 설정액, 월별 기준 올 첫 감소

경제 탄탄…미국 펀드 글로벌 증시 주도
美 달러 가치, 채권금리 급등세 영향

신흥국 증시는 부진한 흐름 이어갈 듯
인도 등 유망국가 중심 장기적 접근을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국내 펀드 시장에서 미국 펀드가 세계 주요국 펀드 투자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 1조원 이상 뭉칫돈이 몰린 인도 등 신흥국 관련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당분간 미국이 글로벌 증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돼 신흥국 펀드는 인도 등 유망 국가를 중심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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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투자자금 미국 펀드로 이동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확정 후 한 달간(11월 6일~12월 5일) 국내에 설정된 미국 펀드 설정액은 1조3216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본(-272억원)을 비롯해 베트남(-409억원), 인도(-411억원), 중국(-2358억원)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투자하는 신흥아시아(-58억원) 등 모든 주요국 펀드에서 설정액이 감소했다. 특히 월별 기준으로 인도 펀드의 설정액이 줄어든 것은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10월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한 인도 펀드 순자산도 지난달 말 기준 3조8284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수익률은 미국 펀드가 이 기간 7.7% 상승해 가장 높았다. 일본(5.58%), 인도(3.31%), 신흥아시아(3.19%), 베트남(0.54%) 등 펀드가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중국 펀드는 0.61% 하락해 이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도 신흥국 펀드 자금은 급감하는 추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확정 후 1주일(11월 7~13일) 동안 신흥국 주식 펀드에서 74억달러(약 10조3000억원) 유출됐다. 주간 기준으로 2015년 8월 후 9년여 만의 최대 규모다. 반면 미국 펀드에는 같은 기간 약 560억달러가 유입됐다. 2008년 후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신흥국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내며 유망 투자처로 꼽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신흥국 화폐가치가 급등하자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대거 들어왔기 때문이다. 인도 니프티50지수는 3분기 7.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IDX종합지수와 베트남 VN지수도 각각 6.57%, 3.4% 올랐다.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확정으로 달러 가치와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상황이 반전됐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5일 기준 3개월 만에 약 4.4% 급등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한국을 포함해 신흥국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차익”이라며 “신흥국에 투자한 시점은 다르지만 달러 가치가 급등할 땐 일제히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최선호는 미국…신흥국은 장기적 접근 유효

전문가들은 견조한 경제 상황에 고공행진하고 있는 미국 펀드를 ‘톱픽’(최선호) 투자처로 꼽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및 부양책 기대가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 외 지역에 대한 관세 인상책으로 인해 당분간 신흥국 증시는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UBS그룹, 바클레이즈, JP모간 등 글로벌 투자은행은 내년에도 미국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지속돼 더 높은 수익률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신흥국 펀드는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조정에 따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줄어든 가운데 강달러 현상이 완화되면 글로벌 자금 유입을 다시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는 미·중 갈등에 따른 수혜도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는 관세전쟁의 최대 수혜국”이라며 “인도 증시에 대한 재진입을 검토할 시기”라고 말했다.

최원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책임매니저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라는 큰 방향성은 바뀌지 않았다”며 “베트남 증시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밑으로 내려가 과거 10년 평균 13배 수준이던 것과 비교해 매력적”이라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