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왜 어렵냐면"…TSMC 창업자가 콕 집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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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전략적 요인과 함께 '韓 정치적 불안정' 꼽아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업체 대만 TSMC의 모리스 창(장중머우) 창업자(사진)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서 TSMC에 밀리고 있는 한 요인으로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콕 집어 언급했다.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창 창업자는 지난 9일 자서전 출간 기념 행사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기술적·전략적 요인과 함께 최근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도 삼성전자에게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그가 언급한 기술적·전략적 요인이란 삼성전자가 앞서 2022년 최초로 게이트 올어라운드(GAA) 공정을 도입했지만, 아직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의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가 벌어진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직전 분기(11.5%)보다 2.2%포인트 하락한 9.3%로 집계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0% 선이 무너지면서 2021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TSMC 점유율은 2.6%포인트 올라 64.9%까지 치솟으며 양사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는 55.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어 창 창업자는 “현재 한국이 처한 혼란스러운 상황이 삼성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했다. 비상 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국내의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 분야로 파급돼 삼성전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얘기다.일례로 여당과 정부가 추진해온 ‘반도체 특별법’은 여야 이견이 좁혀져 연내 국회 본회의 처리가 기대됐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사실상 ‘올스톱’ 됐다. 이 법안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노사 합의시 주 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하는 게 골자. TSMC가 내년 초 앞서 2나노 공정 제품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로선 더 이상 밀리면 안 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선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성명을 발표하면서 “경제 문제만큼은 여야와 관계없이 조속히 (관련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국내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도체 특별법 논의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호소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