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해년 걸릴 문제를 5분만에' 양자컴 발표에 들썩이는 양자기술주

구글발 양자기술 돌풍
양자암호 기업 주가 줄줄이 상승
엑스게이트·케이씨에스 상한가
전문가 "기대감 과열 경계해야"
양자 기술 관련 기업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 등 차세대 양자 기술 투자·연구개발(R&D)가 가시화한 영향에서다.

12일 장중 양자암호통신기업 엑스게이트는 22.75% 오른 87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엔 가격제한폭(29.93%)까지 오른 7120원에 장을 마친 데에 이은 재차 상승세다. 이 기업은 통신사 SK텔레콤과 함께 양자암호통신 기반 가상사설망(VPN) 사업을 벌이고 있다. 동종기업으로 양자난수생성(QRNG) 방식 암호통신 기능 반도체를 개발한 케이씨에스도 13% 오른 1만5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에이엘티(5.81%) 등 다른 QRNG 관련 기업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광(光)전송장비기업 우리로는 8.24% 상승한 148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기업은 양자키분배(QKD)장치에 들어가는 단일광자검출기용 칩 등을 개발했다. QKD 전송암호모듈 장비를 개발 중인 우리넷은 1.71% 상승했다. 코위버는 3.90% 올랐다. 이 기업은 유선 광전송장비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앞서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적용한 통신장비를 개발했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이 차세대 양자 컴퓨터 개발을 완료했다는 발표 등에 힘입어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10일 기존 수퍼 컴퓨터로는 100해(10의24제곱)년간 풀어야하는 문제를 5분만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양자컴퓨터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우를 장착한다. 구글 측은 기존 컴퓨터가 풀지 못한 문제를 양자컴퓨터가 해결한 사례를 내년에 발표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전날보다 5.32% 오른 186.5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에서 양자 기술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이 양자컴퓨터가 아니라 양자암호 관련 기업들이다. 양자컴퓨터 개발엔 수많은 기술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와중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가 상당한 상황이라서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이 기성 통신사와 협업해 통신망, 단말기, 칩 등에 양자암호기술을 적용하려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안팎에선 양자컴퓨터 기술의 발달에 따라 양자암호 관련 기업도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양자컴퓨터는 엄청난 양의 고난도 계산을 단시간내에 할 수 있는 만큼 기성 암호체계를 손쉽게 깰 수 있을 전망이라서다. 합성수 소인수분해식 기반인 기존 공개키암호화(PKC) 방식은 양자컴퓨터 고도화되면 단숨에 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영국 서섹스대 등은 양자컴퓨터로 블록체인 암호체계를 해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때문에 이같은 공격에 대응하는 양자암호기술 분야 수요도 장기적으로는 늘어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의 물리적 성격을 활용해 정보를 보호하는 게 특징이다. 정보 도·감청 시도를 상당폭 차단할 수 있어 차세대 네트워크 보안기술로 꼽힌다. 정보 송수신자가 암호키를 나눠 가진 뒤 제삼자가 정보를 들여다볼 때 정보값 자체를 어그러지게 하는 양자키분배 방식(QKD), 무작위 ‘순수 난수’를 생성해 수학 알고리즘으로는 암호를 깨기 어렵게 하는 양자난수생성(QRNG) 방식 등이다. 이들을 통하면 기존 해킹 기술로는 정보를 빼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양자 기술 상용화 기대감에만 베팅하는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술적 제약과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아직 사업성이 뚜렷하지 않은 분야라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양자암호통신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로 레퍼런스를 쌓고 있는 정도"라며 "당장 각 기업이 큰 매출을 기대하긴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