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과도정부 수립…美 블링컨 "전폭적 지지, 지켜보겠다"

시리아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행정조직 수장인 모하메드 바시르가 과도정부 총리로 지명됐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이들리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바시르 지명자. /사진=AFP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한 반군이 과도정부를 수립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반군 정부를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1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의 주축인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은 자신들의 행정조직 시리아구원정부(SSG) 수반을 맡은 무함마드 알바시르를 과도정부 총리로 추대했다. 알바시르는 이날 시리아 국영방송을 통해 밝힌 성명에서 “(반군) 총사령부로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과도정부를 운영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알아사드 정부의 무함마드 알잘랄리 총리가 HTS에 정권을 넘기기로 합의한 데 따라 SSG는 내각 구성과 인수인계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출신인 알바시르 총리 지명자는 SSG 개발장관을 거쳐 지난 1월부터 SSG 수반을 맡았다. HTS는 2017년부터 이블리브를 점령해 자체 행정조직을 꾸려 통치했다. 알아사드 정권과의 싸움을 이끈 HTS의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자신이 서방 각국으로부터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점 등을 의식해 과도정부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졸라니는 퇴임하는 알잘랄리 총리를 만나 “이들리브는 소규모에 자원도 부족한 지역이지만 (SSG의) 당국자들은 이곳에서 높은 수준의 경험을 쌓았고 일부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시리아 국민이 주도하는 정치적 전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힘을 실어주며 “모든 국가가 간섭을 자제할 것을 맹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환은 유엔 안보리 결의 따라 투명성과 책임성이라는 국제 표준을 충족하는 신뢰할 수 있고 포용적이며 비종파적인 통치로 이어져야 한다”며 앞으로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세바스찬 피셔 독일 외무부 대변인도 “과거와 거리를 두려는 HTS의 움직임은 향후 민간인과 소수 민족 및 종교에 어떻게 대하느냐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를 둘러싼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시리아 내 테러 단체들이 고개를 들 것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중동으로 급파한 가운데 이스라엘은 군사 행동을 본격화했다.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무기를 넘기지 않겠다는 명목으로 전날부터 시리아 전역에 최소 350차례 공습을 실시, 화학무기 연구시설을 비롯해 미사일과 해군 함대 등을 무차별 폭격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