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공백 메운다"…중견사 알짜 단지 수주
입력
수정
지면A24
재건축 틈새시장 공략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지속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견 건설사가 막바지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이어가 눈길을 끈다. 최근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정책을 내놓은 데다 지역 내 아파트 브랜드 입지를 다질 수 있어 중견 건설사가 정비사업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와 달리 공사비 절감과 옵션 추가 등을 내세워 중소 규모 틈새시장을 전략적으로 점하고 있다.
공사비 절감·옵션 추가 차별화
컨소시엄 꾸려 대단지 따내
우미건설, 상봉4구역 수주
한양·두산 부개4구역 시공권
"노후주택 주거환경 개선 앞장"
○소규모 정비사업 등 틈새 공략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가 수도권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중소규모 수주를 통해 시공권을 잇달아 확보하고 있다. 우미건설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구 상봉역4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사업지는 지하철 7호선 상봉역에서 불과 200m 떨어져 있다. 우미건설은 리뉴얼한 브랜드 ‘린’을 앞세워 지하 2층~지상 15층, 5개 동, 225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향후 인근이 모아타운(1만7942㎡)으로 개발되면 514가구로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수주 금액은 1581억원으로 추정된다. 2028년 하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우미린 홈 네트워크 시스템, 옥탑 특화 디자인 등을 도입해 차별화된 단지로 조성할 예정이다.인근 상봉7재정비촉진구역은 코오롱글로벌이 시공권을 따냈다. 지하 7층~지상 49층에 아파트 841가구와 오피스텔 30실이 들어선다. 공사 금액은 4284억원에 달한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주로 토목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 공사처럼 브랜드 영향력이 작은 사업을 많이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수도권 정비사업은 시장성이 좋다고 판단했고, 대형사에 비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어 수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00가구 이하 중소형 단지에서 중견 건설사 수주가 눈에 띈다. 동부건설은 지난 9월 중랑구 묵동 ‘장미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자로 선정됐다. 경쟁사였던 진흥기업이 제시한 3.3㎡당 공사비 751만원보다 낮은 739만원을 제안했다. 기존 100가구를 헐고 지하 3층~지상 20층, 234가구를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다. 중견 건설사인 한양은 올해 부산 삼보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992억원), 경기 고양행신 1-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1759억원), 인천 경인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1046억원) 등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잇달아 수주하고 있다.
○대형사와 컨소시엄 이루기도
1000가구 넘는 대규모 정비사업에는 다른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30일 두산건설과 한양이 인천 부평구 부개동 부개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5층, 13개 동, 1299가구로 이뤄진다. 총공사비는 3071억원이다. 두산건설과 한양 지분이 각각 60%, 40%다.지방에서는 지난달 계룡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대전 중구 용두동3재정비구역 시공권을 확보했다. 두 건설사는 용두동에 1999가구 규모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사업지는 대전 지하철 1호선 오룡역과 KTX 서대전역 인근에 있다. 총도급액은 약 6018억원으로 계룡건설 지분이 35%다. 계룡건설은 또 올초 704억원 규모의 서울 구로구 한성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사업(254가구)을 수주했다.
중견 건설사가 도시 정비를 잇달아 수주하며 주택 공급과 건설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는 공사비를 더 낮추거나 옵션을 추가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중견 건설사가 사실상 정비가 가장 필요한 소규모 노후주택 등의 주거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