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평생의 숙명으로, 세 뮤지션의 빛나는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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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민예원의 그림으로 듣는 재즈
리 릿나워 & 데이브 그루신 with 이반 린스와 브라질 친구들
자유롭고도 낭만적인 감성의


리 릿나워는 1952년생, 현재 72세로서 기타 영재로 주목을 받았던 10대때부터 지금껏 음악 활동을 활발히 이어 오고 있다. 스틸리 댄, 스탠리 클락, 핑크 플로이드, 스티비 원더 등 유명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재즈를 기반으로 한 라틴, 브라질 퓨전 재즈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깔끔하고 팝적인 음악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시적이고 단정한 솔로 연주가 큰 특징으로 여겨진다.
그와 오랜 세월 함께 음악을 이어온 데이브 그루신은 1934년생으로 연세가 무려 90세 달하는 거장이다. 재즈와 영화 음악 작곡에 있어 수 많은 음악적 업적을 쌓아왔으며, 아카데미상을 1회, 그래미상을 10회 수상한 바 있다. 특히, 직접 GRP 레코드를 설립하여 음악사에 있어 주요한 퓨전, 컨템포러리 레이블로 발전 시켰으며 프로듀서 활동을 통해 데이브 발렌틴, 바비 블룸, 노엘 포인터 등의 유수의 뮤지션들을 발굴하기도 하였다.
이반 린스는 1945년, 79세로서 MPB(Música Popular Brasileira) 장르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이다. 30대 중반이란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하였으나 브라질의 삼바와 미국의 재즈를 결합한 묘한 멜로디에 솔직하고 강렬한 보컬로 그만의 독보적인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왔다. 팝의 거장 퀸시 존스가 그의 자작곡 ‘Dinorah, Dinorah’를 리메이크 하면서 미국 팝 시장에 이름을 알렸으며, 당시 GRP 레코드를 운영하던 데이브 그루신과, 리 릿나워의 제안으로 함께 앨범 작업을 진행하여 세 사람의 음악적 우정을 시작하였다.
그들의 거룩한 이력을 소개하는 데에 나이를 가장 두드러지게 배치한 것은, 과연 어떤 이가 70에서 90세에 달하는 시기에 어느때고 반짝이는 열정을 담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지, 하는 놀라움에서 비롯되었다. 이번 세 사람의 내한 공연은 사실상 리 릿나워와 데이브 그루신의 신보 <Brasil>을 주제로 기획 되었다.
올해 중순 발매된 이 앨범은 그들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사랑해온 브라질 음악에 대한 깊은 선망을 토대로 한다. 특히 미국에서 활동하는 브라질 ‘출신' 뮤지션과 작업 했던 이전 앨범들과 달리, 이번엔 직접 상파울로로 건너가 브라질 ‘현지’ 뮤지션들을 섭외하여 앨범 작업을 진행하였기에 브라질의 고유함을 더 진하게 담아냈다. 브라질 음악 특유의 낭만적이면서도 솔직한 자연의 감성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릿나워와 그루신이 이룩해온 음악적 여유와 연륜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젊은 시절 만큼의 과감함과 역동적인 느낌은 다소 줄었지만, 오랜 세월 아껴왔던 감성과 잔잔한 고백은 그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신선하고 상쾌하다. 마치 브라질의 자유로운 바람을 맞는 것 처럼.
그렇게 제작된 <Brasil> 앨범을 소개하러 한국에 온 세 사람은, 흘러간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언가를 사랑하는 젊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나이와 건강은 그저 변명에 불과하며,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진정 해내기 위해 먼 상파울로를 방문하고 지금의 최선을 해내는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적 혁신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내한 공연을 더욱 값진 시간으로 만들어주리라 기대를 모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노인의 눈을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의 눈은 한없이 반짝이며 죽음은 그에게서 달아난다. 애정으로부터 비롯된 순수함이 깃드는 순간 그들은 어린 아이가 된다. 리 릿나워, 데이브 그루신, 그리고 이반 린스가 들려주었던 음악적 이야기는, 우리를 10년, 20년, 30년 전의 세 사람의 모습으로 데려가 주었다. 강렬하고 패기 가득한 젊은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세상을 견고히 내비치던 거장들. 음악으로서 살아가고, 음악으로 살아 있는 영원한 생기가 가득한 밤이었다.
민예원 '스튜디오 파도나무'의 대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