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 손실' 신한證 사태에…ETF LP평가 발표 '차일피일'

3분기 ETF LP 평가 아직 발표되지 않아
ETN은 11월분까지 발표

"신한證 사고 관련 금감원 징계 기다려
LP 평가 늦어진 것으로"
사진=신한투자증권 제공
한국거래소가 3분기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평가를 아직 공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12월 중순까지 3분기 평가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평가 결과는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을 뿐 이미 각 증권사에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가 발표 시기를 미루는 배경엔 '신한투자증권 LP 운용 손실 사건'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분기마다 ETF LP 업무를 맡은 증권사를 평가해 A, B, C, D, F 등급을 부여한다. LP는 ETF나 상장지수증권(ETN) 등의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주문이 원활하게 체결되고, 가격 발견을 돕는 사업자다. 2분기 다올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은 A등급을 받았고, 신한투자증권을 포함한 22개 증권사엔 B등급이 부여됐다. LP 평가 제도 시행 후 대부분의 증권사는 B등급을 받고 있다.3분기 평가는 아직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았다. 통상 3분기 평가 결과가 11월 중 공시된 것을 감안하면 특이한 사례로 꼽힌다. ETF와 달리 ETN 평가 자료는 11월분까지 발표돼 있다. 거래소는 ETF는 분기별로, ETN은 월별로 LP를 평가해 등급을 공개하고 있다.

업계에선 등급 발표가 늦어지는 배경으로 '신한투자증권 LP 운용 손실 사건'을 꼽는다. 지난 10월 신한투자증권은 ETF LP 담당자가 목적에 벗어난 장내 선물을 매매해 13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손실을 감추기 위해 내부 손익을 조작했으며, 회계부서에서도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작년 실적에 대한 성과금이 부당하게 지급됐다. 회사는 두 달간 인지하지 못하다가 내부감사를 통해 뒤늦게 사건을 적발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내부통제 미비, 단기 실적 중심의 성과보수체계를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지난 5일 긴급현안 간담회에서 "이 같은 사고는 본부장, 부서장 등 책임자의 관리감독 태만 또는 위법 행위 가담 등으로 수직적 내부통제가 붕괴한 영향"이라고 지적했다.LP 평가 등급이 대중엔 공개되지 않았지만, 각 증권사 LP 부서엔 지난달 중순께 3분기 평가 결과가 통보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B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 평가에 따른 것이다. 거래소의 LP 평가 항목은 의무이행 여부, 의무이행 적극성, 호가스프레드 비율, 호가 제출 수량규모 등이다.

평가 등급과 별개로 금감원 조사 결과와 징계 수위에 따라 향후 신한투자증권의 LP 업무는 장기간 정지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 업무 규정에 따르면 증권사가 LP 업무를 수행하면서 증권 관계 법규 및 거래소 업무 관련 규정을 위반해 형사제재를 받거나 영업정지 또는 거래정지 이상 조치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LP 업무가 1년간 제한된다. 현재 신한투자증권은 ETF LP 업무를 중단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가스프레드 비율, 호가 제출 수량규모 등 정량적 지표에 대한 평가는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한투자증권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LP 등급 발표가 지연된 것"이라고 말했다.금감원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수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이 부서장을 전면 재배치하며 징계 발표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내주 발표될 예정이었던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건 검사 결과 시점도 내년 초로 미뤄졌다. 비상계엄 사태 후 경제상황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