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O 기업 해외진출법안 신속 추진…글로벌 경쟁력 높일 것"

신준수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

삼바 등 수주 매분기 신기록
GMP 인증 행정·재정적 지원

美 생물보안법 따른 반사이익
제조법 변경 등 절차 신속 추진

신약개발 지원 민관협의체 구성
규제완화·애로 해결 적극 지원
지난달 29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신준수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다이나믹 바이오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연내 발의를 목표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양천구 서울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만난 신준수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은 국내 CDMO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식약처는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 지원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약사법에서 해결할 수 없던 수출제조업을 신설하고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글로벌 CDMO 도약 지원하는 식약처

다국적 제약사들은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직접 생산하는 대신 CDMO 기업에 위탁을 맡기는 추세다. 시간·비용면에서 모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대형 CDMO 기업의 수주가 매 분기 신기록을 기록하는 배경이다. 신 국장은 “GMP 인증은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계약을 수주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며 “GMP 인증을 받는 과정을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해 국내 CDMO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CDMO 대기업뿐만 아니라 강소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다.

신 국장은 세계에서 국내 CDMO 경쟁력을 2~3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는 “시간·비용이 많이 드는 신약 개발과 달리 CDMO는 비교적 신속하게 세계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생물보안법 입법이 이뤄질 경우 국내 CDMO 기업들은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물보안법은 세계적 CDMO업체인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업체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 국장은 “중국 업체들이 수주하던 물량이 국내 기업으로 넘어오는 등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식약처는 중국 CDMO 기업에 생산을 의뢰하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빠르게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규제 지원 및 상담, 전문기술 지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가령 CDMO 기업이 제조법 등을 변경하려고 할 때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아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신 국장은 “CDMO 법안을 통해 인력이나 예산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제도 개선 등 민관 협의체 ‘성과’

식약처는 CDMO 외에도 신약 개발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20년 설립한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VCAST)가 대표적이다. 국내 백신의 품질 검사 및 제품화를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신 국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하는 데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인근 대학과 연계해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등 생태계가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신 국장은 지난 5일 열린 ‘다이나믹바이오’에서 나온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다이나믹바이오는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허가, 해외 진출 지원 등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 협의체다. 식약처 담당 공무원과 바이오기업 대표들이 만나 규제 애로 사항을 논의하고 함께 해법을 찾아가는 자리로 4개 분야, 9개 분과, 6개 소분과로 구성돼 있다. 현재 기업 및 기관 총 166개사에서 510명이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담당 공무원과 기업 대표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업계 애로사항을 듣고 제도를 개선하는 정책이 이렇게 장기간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산업계 전체에서 드문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이나믹바이오 단장은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이 맡고, 운영은 바이오의약품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담당한다. 신 국장은 “진정성 있게 소통하기 위해 15년 전 시작한 사업”이라며 “기업 의견을 적극 반영해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이 나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실제로 이곳에서 나온 의견들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규정에 많은 영향을 줬다. 신 국장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대한 개념도 익숙하지 않던 2009년 한국이 선제적으로 허가 심사 규정을 마련한 데는 다이나믹바이오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바이오시밀러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글로벌바이오콘퍼런스(GBC)는 국제 외교 성과로 꼽힌다. 규제 외교는 해외 각국 규제기관 간 소통 및 협력을 통해 국내 제품이 원활히 수출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GBC는 바이오의약품 분야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규제 협력 행사다.

신 국장은 “기업 단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해외 규제기관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임해 K바이오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