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에서 미술에 美칠 당신을 기다리는 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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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관객들을 기다리는2025년, 을사년의 태양이 떠올랐다. 새로운 1년이 시작될 때면 누구나 새해 목표를 세우곤 한다. 누군가의 목표는 예술적 풍요로움을 채우는 것. 이들을 기다리는 전국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은 이미 관객 맞이 준비를 끝냈다. 미술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당신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될 2025년 주요 전시들을 모았다.
국내외 주요 전시들 모음
by_최지희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대한민국 대표 국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에서 총 10개의 전시를 열고 관객을 맞이한다.'2025년 1호 전시'는 4월부터 서울관에서 열리는 론 뮤익의 개인전. 호주에서 태어난 뮤익은 '극사실적 조각'을 선보이며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작가다. 그가 만들어낸 사람 조각은 피부 조직까지 그대로 재현했을 정도로 생생하다. 뮤익의 조각은 기존의 극사실 조각가들이 만드는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조각의 크기를 매우 작게 줄이거나, 혹은 아주 크게 확대하는 작업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크기의 사물은 매일 보기 때문에,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없다고 믿는 작가다. 그가 조각품을 만드는 이유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기 위해서다.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고 살아가다 죽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조각으로 질문하는 셈이다.뮤익을 조명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손잡고 성사됐다. 뮤익이 2017년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인 대표작 'Mass'도 이 전시에서 공개된다. 조각, 사진, 다큐멘터리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3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작업 활동 내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모색해 온 뮤익의 진면모가 드러날 전시다. 7월까지 이어진다.4월 덕수궁관에서는 '초현실주의 근대미술' 세계가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 미술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작품을 조명한다. 2019년 '절필시대'라는 제목으로 이뤄졌던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2번째 시리즈다. 권옥연, 김종하, 송혜수, 신영헌 등 여러 근대미술가를 재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 초현실주의의 흐름과 작가들의 실험정신을 훑어볼 수 있다. 7월까지.
과천관에서는 대규모 상설전시도 열린다. 기존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에 이건희컬렉션이 더해졌다. 관객에게 한국 근현대미술을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만한 전시다. 5월에 개막하는 1부에서눈 190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6월에 시작하는 2부는 1960년대~1990년대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중섭, 김환기, 윤형근 등 한국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220여 점이 나온다. 서울관에서는 5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상설전시가 시작된다. 소장품 중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대표작 70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유영국, 이우환, 박서보, 양혜규 등 한국 현대미술을 빛낸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엄선했다. 시대에 따라 변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다.
서울관의 신규 전시 시리즈 'MMCA x LG OLED 시리즈'가 2025년 첫선을 보인다. 전시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상징적 전시공간 ‘서울박스’의 공간적 특성을 반영한 대규모 설치작품들을 선보인다. 새로운 시리즈는 LG전자와 손잡고 이뤄졌다. LG의 최신 기술력이 뒷받침된 전자 장비들과 작품의 콜라보레이션에도 주목할 만하다. 프로젝트의 문을 열 1번째 작가는 2025년 초 발표될 예정이다. 8월 서울관에서는 김창열 작고 이후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최초의 회고전도 개막한다. '물방울 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창열의 초기 작업부터 뉴욕에서 머물던 시기, 프랑스 작업 시절부터 말년까지의 창작 여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전쟁에 대한 상흔과 근대사의 비극을 물방울을 그리며 극복하며 승화한 김창열의 창작 세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2026년 1월까지 관객을 만난다.도자공예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온 과천관에서는 올해도 도자전이 열린다. 한국 현대 도자공예의 흐름을 주도한 신상호의 개인전이 11월에 개막할 예정이다. 1980년대 그가 펼친 오브제, 설치 등 다채로운 작업들을 선보이는 데 이어 '구운 그림'이 탄생한 2000년대 이후 작업도 조명한다. 2026년 3월까지 이어진다.2025년의 '피날레 전시'는 덕수궁관에서 열릴 이대원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대원이 회고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이대원이 작품을 형성한 배경, 시대적 맥락을 탐구한다. 그의 대표작 '과수원'의 탄생 과정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작품과 함께 한 작가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재조명하는 전시다. 2026년 4월까지 열린다.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
매 전시마다 '구름 관객'을 몰고 다니는 삼성문화재단의 미술관 2곳도 관객 맞이 준비를 마쳤다.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는 올해 4개의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2월, 리움미술관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 피에르 위그의 개인전을 열고 2025년 첫 관객을 만난다. 위그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내부에 1000그루의 나무를 심어 '숲'을 들여놓는 실험을 한 작가다. 그는 영상, 설치 등 다매체를 활용해 허구와 실재 사이를 넘나들며 재화와 소비가 곧 권력이 된현대 사회를 꼬집는 작품을 만들어 왔다.
위그는 생태학, 기술과학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작업을 선보이며 지난해엔 베네치아비엔날레 기간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에서 대형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당시 나왔던 작품들을 신작과 함께 만날 수 있어 더욱 기대를 받고 있다. 4번째 KIAF-프리즈 서울이 열릴 9월, 리움이 선택한 얼굴은 한국 작가 이불. 홍콩 엠플러스(M+)와 함께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이불은 백남준 이후 한국 작가로는 처음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 정도로 '국가대표 작가'로 잘 알려졌다. 자신의 몸을 이용한 퍼포먼스, 자개와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설치작 등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여성이라는 젠더, 세상이 직면한 여러 문제와 부조리에 대해 작품으로 목소리를 낸다. 이불의 전시는 리움에서 먼저 이뤄진 후 전시는 2026년 3월 M+에서 이어질 예정이다.지난해 불교 소장품전과 니콜라스 파티의 개인전을 선보였던 호암미술관에는 올 4월 '겸재 정선'의 작품 세계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삼성문화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함께 준비했다. 국보로 지정된 작품 '금강전도'를 포함한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겸재의 산수화, 인물화를 비롯해 꽃과 새, 동물을 그린 회화 화조영모화 등 대표작 120여 점이 출품된다.
호암미술관이 자랑하는 아름다운 정원인 희원이 가장 푸르른 시기, 8월엔 조각 루이스 부르주아가 찾아온다. 그는 호암미술관 호수에 거대한 거미 조각 '마망'을 세워놓은 작가로 국내 관객에겐 이미 잘 알려진 인물. 이번 전시에서는 리움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소장품과 함께 한국에서 처음 소개하는 부르주아의 초기 회화까지 주요 작품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4월 오세아니아 원주민들의 삶을 국내 최초로 조명하는 전시를 들고 관객을 찾아온다. 프랑스 케브랑리박물관과 손잡고 소장품 170여 점을 선보이면서다. 성, 전쟁 등 태평양의 여러 섬들을 돌아다니며 살아 온 오세아니아 원주민들의 문화와 사회, 예술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9월까지 전시한 뒤 공립박물관을 중심으로 지방 순회 전시도 가질 예정이다. 6월엔 조선 전기 미술을 알리는 전시를 선보인다. 1392년 조선 건국부터 1592년 임진왜란까지, 200년간의 서화, 불교미술과 공예 등 미술문화 전반을 조명하는 전시다. 8월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태조 어진’과 ‘석가탄생도‘를 비롯한 작품 250여 점을 선보인다.서울시립미술관의 2025년 첫 전시는 3월 서소문본관에서 열릴 강명희의 개인전이다. 강명희는 1972년 서울대 미대 졸업 직후 붓 하나를 들고 홀연히 프랑스 파리로 떠나 작업 활동을 펼쳤다. 1986년에는 한국 여성 작가 최초로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전시를 열며 프랑스가 주목하는 대한민국 대표 현대미술가가 된 작가다. 사막과 빙하, 초원 등 자연을 찾아다니며 얻은 영감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국내 활동이 비교적 적었던 그이기에 이번 전시는 강명희의 '자연 예찬'을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