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러브'로 탈바꿈한 '드라큘라'…"최선의 공연으로 힘 드릴 것" [종합]

뮤지컬 '블러디 러브' 프레스콜
기존 '드라큘라'서 작품명·구성·음악 변화
사진=연합뉴스
뮤지컬 '블러디 러브'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탄핵 정국 속 개막한 가운데, 배우들이 뒤숭숭한 분위기에서도 관객들에게 위안을 주는 공연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블러디 러브'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노우성 연출을 비롯해 출연 배우들이 참석했다.'블러디 러브'는 브램 스토커의 고전 스테디셀러 소설 '드라큘라'를 원작으로 한다. 1995년 체코에서 초연돼 30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이 작품은 노우성 연출, 노우진 작가, J. ACO, 3AM 작곡가의 조합으로 2024년 '블러디 러브'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기존 공연과 다르게 1막과 2막을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구성해 1469년 트란실바니아와 1969년 라스베이거스를 넘나든다. 음악도 새롭게 편곡했다. 노우성 연출은 "지난 시즌까지는 '드라큘라'로 공연을 올렸는데 각색하면서 새로운 시즌에서는 대본의 50%가량이 바뀌었다. 음악도 작·편곡을 다시 해서 80% 이상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제목을 '블러디 러브'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서는 "드라큘라 이야기는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선택과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작품 전반에 동일하게 흐르는데, 지난 시즌과 달리 드라큘라와 함께 이 극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선택과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조금 더 보강하고 보충했다. 이제는 드라큘라 주변의 피비린내 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블러디 러브'로 바꾸었다"고 밝혔다.그는 "체코 원작과 비교하면 대사 한 줄도 똑같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아예 새로운 창작 작품을 택하지 않은 건 '음악' 때문이라고 했다. 노 연출은 "'블러디 러브'는 새로 창작한 뮤지컬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위대한 작곡가가 쓴 아름다운 멜로디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걸 바탕으로 대한민국 창작진들이 새로 구성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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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삶을 살아가지만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그리움을 500년 동안 간직한 비운의 전사 드라큘라 역은 김법래, 테이, 최진혁이 맡았다.앞선 시즌에서 반헬싱 역을 연기했으나 이번에는 드라큘라를 하게 된 김법래는 "뮤지컬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 작품의 드라큘라를 가장 하고 싶었다. 이번에 하게 돼 감격스럽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두 번의 시즌 동안 반헬싱을 했는데 그때도 늘 욕심을 냈다. 분장실에서 연습하곤 했는데 이번에 하게 돼 행복하게 준비했다"며 웃었다.

이어 "사랑 이야기로 드라큘라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500년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랑이란 어떤 것일지, 드라큘라는 어떤 마음이었고, 어떻게 기다렸을지 생각하며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테이는 "드라큘라 역할을 해본 입장에서 다시 만난 이 '블러디 러브'라는 작품이 기대됐다. '드라큘라'가 보는 사람은 경이롭고 신비로운 존재일지 몰라도 직접 해보니 이것만큼 괴로운 게 없다. 얜 평화로운 날이 별로 없다. 만족도 없다. 괴로운 시간을 5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유지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그는 "중간중간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사는 순간도 있었겠지만 전반적으로 풀리지 않는, 억압된 드라큘라의 인생이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로서 아주 무겁게 살아야 하는 게 드라큘라라고 생각했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고 부연했다.

'블러디 러브'로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최진혁은 "2015년부터 제안이 왔었지만 고민이 많았다.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를 촬영하면서 정영주 누나가 '뮤지컬을 해 볼 생각 없냐'고 해서 안 그래도 제안이 왔다고 이 작품을 말했더니 너무 잘 어울린다고, 빨리 도전하라더라.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더라"고 전했다.

진지한 고민 끝에 작품성에 끌려 도전하게 됐다는 그는 "무대에 서니까 드라마와는 또 다른 생생한 에너지와 반응들이 있더라. '이래서 배우들이 공연을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너무 재밌게 즐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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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의 충직한 집사이자 생과 사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는 디미트루 역에는 인피니트 남우현, 펜타곤 후이, 더보이즈 상연, SF9 유태양, 엘라스트 원혁까지 아이돌 출신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드라큘라를 사랑한 나머지 흡혈귀가 되기를 선택한 로레인 역에는 멜로디데이 출신 여은, 이윤하가 캐스팅됐다.

평생 드라큘라를 죽이기 위해 쫓는 반헬싱 역은 김형묵, 김준현이 연기하고, 드라큘라의 아내이자 그를 지켜주는 여인 안드리아나 역은 김아선과 정명은이 맡았다.

1막과 2막이 완전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배우들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만큼 매력도 두 배인 극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선은 "1막에서 아픔과 괴로움이 해소되지 않은 채 2막의 또 다른 인물로 나가는 과정이 사실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아드리아나와 엘로이즈가 닮았지 않나 생각했다. 1막에서의 주체와 2막은 다르지만 500년이 흘러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명은 역시 "(김아선) 언니랑 캐릭터 얘기를 많이 하면서 만들어왔는데 힘들었다. 안드리아나와 엘로이즈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삶의 상황들이 너무 다르다"면서도 "겉으로는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이든 내어놓고 할 수 있는 마음이 서로 많이 닮았다. 결국 내면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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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헬싱 역의 김형묵은 "1막에서는 그 시대를 잘 살린 교황으로서의 탐욕적인 모습들이 있고, 2막에서는 내면의 상처가 있다. 이런 걸 잘 이어가면서 변화를 주기 위해 고민했고 노력했다. 그 부분을 포인트로 봐주시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준현은 "악역이라고 칭하긴 하지만 악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다"면서 "1막의 반헬싱과 2막의 반헬싱이 다르지만, '드라큘라'에서 '블러디 러브'로 바뀌면서 곡도 추가되고 인물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 확실해졌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법래는 프레스콜을 마치며 출연진들 대표해서 무대 앞으로 나왔다. "대한민국에 유례없는 상황에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한 그는 "우리도 같이 분노하고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배우들이 해야 할 건 공연장에서 최선의 공연을 보여드림으로써 찾아주는 분들께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공연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많이 알려주시고 도와달라.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공연을 만들겠다"고 했다.지난 7일 개막한 '블러디 러브'는 내년 2월 16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계속 공연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