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모든 문장 속에 작가와 번역가가 함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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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한강 작가“한국 독자라면 처음이 <소년이 온다>면 좋겠어요. 이어서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 좋겠고요.”
스웨덴서 한국언론 간담회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사진)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계엄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강의 대표 장편소설 중 하나다. 그는 “이 소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만큼 더 조심스러웠다”며 “광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진입로 같은 것이 돼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에 관해 묻자 한강은 “스웨덴에 도착한 뒤로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며 “어떤 말을 할 만큼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책을 번역해준 번역가들에게 고마움도 전했다. 한강은 “제 작품의 번역가 수는 50명 정도인데, 개인적으로 아는 분도 있지만 모르는 분이 훨씬 더 많다”면서도 “모든 문장마다, 문장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중국에 비해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배출이 늦었다는 지적에 “국가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번역된 작품이 있어야 심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이 번역되면 좋겠다”고 답했다.언어와 문학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한강은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이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언어가 연결될 것이란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꼭 사회적인 일을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강은 12일 현지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대담 행사를 끝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차기작은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작별>에 이은 3부작을 완성하는 소설이다. 한강은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고 했는데 늦춰졌다”며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신작을 쓸 테니까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