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탄핵 정국에 흔들리는 정부…"지금은 경제팀에 힘 실어줄 때"

사상 초유 위기 맞은 한국 경제
경제 문제만큼은 野도 협력해야

강경민 경제부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다음날인 지난 4일. 기획재정부 대변인실엔 새벽부터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참석했다면 반대 의견을 개진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잇따랐다. 대변인실은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놨다.

그 당시 본지 취재 결과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대통령을 향해 반대 의견을 강하게 밝힌 뒤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계엄 선포 직후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 사령탑 자리를 비워놓으면 안 된다’고 만류한 것도 확인했다. 최 부총리가 최측근에게만 털어놓은 이 같은 내용은 이 총재와 야당 의원들의 간담회를 통해 언론에 공개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최 부총리는 계엄 사태 다음날 ‘F4 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 등 회의를 잇따라 주재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런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본지가 인터뷰한 경제학자들은 ‘최상목·이창용’ 경제 투톱이 계엄 사태 이후 비교적 큰 위기 없이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부총리에게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는 뜻이 아니다. 최 부총리는 대선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고, 현 정부 출범 후 첫 경제수석을 맡는 등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였다. 계엄 사태에 대한 법적 책임은 없다고 하더라도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져야 한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전까지 현 경제팀을 중심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당장은 외환·금융시장에 큰 위기가 없지만,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 최 부총리 등 경제팀은 지금도 해외 투자자와 신용평가사 등을 만나면서 이번 사태가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 탄핵에 이어 한덕수 총리 탄핵까지 가결되면 법률이 정한 순서대로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최 부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들을 향해 ‘계엄 공범’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 참고인 조사도 앞두고 있다. 경제팀을 이끄는 최 부총리까지 흔들린다면 한국 경제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두려움이 앞선다. 야당도 경제팀을 흔들기에 앞서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수권정당의 올바른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