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리인하 속도 둔화 전망…美장기채 ETF '뭉칫돈' 빠졌다

이달만 30억弗…올들어 최대
주가 고점대비 최대 10% 하락

투자등급 회사채 ETF로 이동
이달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순유출된 자금 규모가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감세 정책 등이 국가 부채를 키워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영향이다. 불확실성이 덜한 투자등급 회사채 ETF에는 뭉칫돈이 몰리는 추세다.

12일 ETF닷컴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TLT)에서 최근 한 달 동안 69억8480만달러(약 10조50억원)어치가 순유출됐다. 올 들어 10월까지 순유입된 금액(118억5485만달러)의 절반에 달하는 자금이 한 달 만에 빠져 나간 것이다. 이달 들어 순유출된 금액은 30억731만달러였다. 8거래일 만에 월별 기준 최대 순유출 금액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미 장기채 ETF 중 운용 규모가 가장 크다. 서학개미는 올 들어 2억2804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이 확정되면서부터 미 장기채 ETF에서 자금 유출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 대선 기간이던 지난달 둘째주에는 TLT에서 31억364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올 들어 주간 기준 최대 순유출 규모다.

TLT는 최근 한 달 동안 지난 9월 최고점 대비 7~10% 하락한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전날 발표된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예상치에 부합해 이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TLT는 전날 0.95% 하락했다.

지지부진한 장기채 ETF 대신 뭉칫돈이 몰린 곳은 투자등급 회사채 ETF인 ‘아이셰어스 아이박스 회사채’(LQD)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우량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ETF로, 한 달 동안 약 30억5410만달러가 순유입됐다.한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 담당 본부장은 “정부 재정 적자 부담에 따라 앞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대로 트럼프 당선인의 기업 감세 정책으로 회사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투자등급 회사채 ETF에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