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빅리그"…한국 선수들 LIV행 '러시'

‘57억’ 잭팟에 부정적 이미지 강했지만
최정상급 선수 영입·PGA 합병 소식에
2년 새 인식 변화...장유빈도 이적 결심
12일 프로모션에 KPGA투어 10人 출전
장유빈. LIV골프 제공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골프에 대한 인식은 2년 새 크게 달라졌다. 브라이슨 디섐보,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욘 람(스페인)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차례로 영입하며 파이를 키워 온 LIV골프가 최근 국내 선수들 사이에서 또 하나의 빅리그로 인정받고 있다.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를 평정한 장유빈(22)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도전을 잠시 뒤로 미루고 LIV골프와 계약했다고 11일 밝혔다. 장유빈은 KPGA투어 대상 선수 자격으로 12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소그래스, 소그래스CC에서 열리는 PGA투어 퀄리파잉(Q) 스쿨 최종전에 응시할 예정이었으나 LIV골프와 계약하면서 출전을 포기했다.한국계 케빈 나(미국)가 이끄는 아이언 헤드GC팀에 합류하게 된 장유빈은 11일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를 통해 “LIV골프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인 선수라는 타이틀이 욕심났다”며 “엄청난 상금도 (이적 결심에) 한몫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 선수가 되는 길이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향후 LIV골프와 PGA투어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더욱 다양한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빈이 내년부터 뛸 LIV골프는 2022년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엔 천문학적인 상금에만 포커스가 맞춰졌던 게 사실이다. 매 대회 총상금 2500만달러(약 358억원), 우승상금은 400만달러(약 57억원)이고, 최하위도 5만달러(약 7200만원) 정도를 챙기면서다. ‘돈 잔치’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PGA투어에서 LIV골프로 이적한 몇몇 선수들은 ‘돈 따라갔다’는 동료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LIV골프를 바라보는 시선은 2년 전과 사뭇 다르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연이은 이적과 함께 PGA투어와의 합병 발표 등이 이어지면서 LIV골프도 또 하나의 ‘꿈의 리그’가 된 분위기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출범 초기에는 LIV골프에 대한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최근엔 LIV골프에서 뛰고 싶다고 당당히 말하는 선수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많은 선수들이 장유빈의 LIV골프 이적을 부러워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LIV골프에서 뛰고 싶다는 선수들이 꽤 많다”고 했다.12일 사우디 리야드GC에서 시작된 LIV골프 프로모션에도 한국 선수 10명이 출전했다. 조우영와 김홍택을 비롯해 김찬우, 왕정훈, 이대한, 이동민, 이수민, 이정환, 함정우, 허인회 등이다. 이들은 우승자에게만 주어지는 단 한 장의 LIV골프 출전권을 사흘간 경쟁한다. 한 선수 관계자는 “LIV골프 프로모션에 많은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의 생각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IV골프의 한국 시장 진출도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LIV골프는 이번 프로모션에 KPGA투어 대회 우승자 등 10명에게 출전권을 줬다. 프로모션 자격 30개국 가운데 호주(13명)와 미국(11명) 다음으로 많은 기회를 준 셈이다. 내년 5월 첫째 주 인천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에서 첫 한국 대회 개최로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