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튕겨 나가는 줄"…서울서 자율주행버스 탔다가 '깜짝'

안개·가로수도 장애물로 인식해 급정거
확대 도입 전에 시스템 고도화 필요
9일 오전 10시 서울 경복궁 정류장에서 한 승객이 자율주행 버스 ‘청와대 A01’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박혜민 인턴 기자
자율주행버스가 확대 도입되고 있지만 급제동 등 오류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된 지 2년이 지난 '청와대 자율주행 버스'는 많으면 하루에 여러 번 오류가 발생해 승객들이 놀라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운행을 시작한 '새벽동행 자율주행 버스'도 같은 제조사에서 만들어져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확대 도입에 앞서 시스템 고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종잡을 수 없는 오류 발생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12월 운행을 시작한 자율주행 버스 '청와대 A01'은 경복궁 돌담길을 지나 청와대, 춘추문, 국립민속박물관을 거쳐 다시 경복궁까지 2.6km를 순환하는 버스다. 지난해 10월까지 11개월간 무료 시범운행 기간을 거쳐 올 7월 서울 대중교통으로 편입되며 유료로 전환됐다. 국내에서 자율주행 버스 노선이 대중교통으로 편입된 첫 사례다. 버스 내부에는 돌발 사태를 대비해 운전 기사가 상주한다.
시스템 관리자 좌석에 배치된 모니터 화면.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율주행 버스에는 운전기사와 시스템 관리자 2명이 2인 1조로 탑승해야 한다. /사진=박혜민 인턴 기자
최근 한 A01버스 운전기사는 "청와대 자율주행 버스가 테스트를 통과해 정식 노선으로 편입될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가장 안전한 자율주행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탑승해보니 한 바퀴를 도는 10분 남짓한 시간 중 몸이 튕겨 나갈 듯한 급정거가 일어났다. 버스 시스템에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관계자는 "1~2주에 한 번꼴, 많으면 하루에도 여러 번 오류가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외부 환경 인식 센서인 라이더(LiDAR)와 위치정보시스템(GPS)의 문제로 자율주행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주변 환경을 3D로 스캔해 실시간 위치 및 장애물을 인식하는 센서인 라이더는 비와 눈 등 날씨로 인한 오류가 발생한다고 한다. 아울러 안개, 바람에 날린 나뭇잎까지 장애물로 인식해 급정거하는 일도 잦다. 높은 가로수로 인해 GPS 수신이 원활하지 않아 경로 파악이 어려운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때때로 기사가 직접 운전하거나, 서울시에 자율주행 버스 운행을 일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일도 있었다. 한 시스템 관리자는 "라이더가 인식을 잘해서 나타나는 일"이라고 전했다.

"추가 사고 발생 우려"

버스 내부 전광판을 통해 자율주행 가동 여부, 차량 속도, 외부 CCTV 화면을 볼 수 있다. /사진=박혜민 인턴 기자
현행 자율주행 버스는 안전을 위해 승객 전원이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출발할 수 있고, 입석은 금지된다. 이날 버스에 탑승한 박연수(24)씨는 "놀이기구가 급정거하는 느낌이었다"며 "안전벨트 착용이 필수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김민수(48)씨도 "평소 자율주행 기술에 관심이 많아 이 버스를 타러 경복궁역에 왔다"면서 "아이들도 타는 버스에서 자율주행이 상용화되기 위해선 기술이 보다 발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26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새벽동행 자율주행 버스'(새벽A01)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 버스는 청와대 A01버스와 동일한 제조사가 만들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급제동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면 자율주행 프로그램 수정을 통해 라이더의 민감도를 낮춰야 한다"고 "원가절감을 위해 제작사가 기존 프로그램을 고집한다면 추가적인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박혜민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