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놀자] '노란 가루' 한 움큼으로 탄소 20kg 없앤다

(218) 기후위기 해결사로 떠오른 '탄소 포집 물질'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하면 지구의 평균온도는 얼마나 올랐을까.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는 약 1.45℃ 높았고, 관측을 시작한 이래 174년 만에 가장 따뜻한 해였다. 그런데 올해 기록이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9월 상승폭이 약 1.54℃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5년에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상승폭 마지노선이 1.5℃였던 걸 생각하면 지구는 우리의 바람보다 빨리 따뜻해지고 있다.
버클리대가 개발한 탄소포집 물질인 COF-999. 공유결합 유기물질로 노란가루 형태다. 출처: UC버클리
지구 기온이 점점 높아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온실가스다. 온실가스는 마치 이불처럼 지표면이 방출하는 열(적외선)을 가두는 물질이다. 온실가스의 농도가 높아지면 지구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이 더 많아지므로 기온이 올라간다.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있는데 이산화탄소의 비율이 70% 이상으로 가장 크다. 더군다나 다른 온실가스보다 배출량이 많고, 대기 중에 오래 남아 있어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과학자들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연구에 힘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대표적 연구가 대기 중에 흩어져 있는 이산화탄소(약 400ppm 수준)를 포집하는 DAC(Direct Air Capture)다. DAC는 대기 중의 공기를 포집한 후 특별한 화학물질로 이산화탄소를 흡착해 걸러내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줄일 수 있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도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농도가 낮은 이산화탄소를 걸러내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데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상용화하려면 기술적·경제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COF는 다수의 육각형 구멍을 지닌 구조다. 이산화탄소 분자와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아민이 구멍 근처에 뻗어나와 있다. 출처: UC버클리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소속 오마르 M. 야기 교수 연구팀이 이런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탄소 포집 물질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COF-999’라는 이름의 이 노란 가루는 단 200g만으로 이산화탄소 20kg을 흡착해내는데, 이는 나무 한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를 내뱉게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상대적으로 낮고, 수분에도 강하다.

COF(Covalent Organic Framework, 공유결합 유기 구조체)는 수소(H), 탄소(C), 질소(N), 산소(O) 등 가벼운 비금속 원자가 공유결합으로 연결된 유기물질이다. 벌집처럼 수많은 구멍이 있는 다공성 구조로, 구멍을 향해 가지처럼 뻗어 있는 염기성 물질 아민(amine)이 산성인 이산화탄소를 붙든다. COF는 설계에 따라 수소, 메테인 같은 물질을 붙들 수도 있는데, COF-999는 이산화탄소만 낚아채도록 만들어졌다. 또한 수분에 취약한 기존 COF와 달리 섭씨 25℃, 습도 50% 환경에서도 약 60분 만에 이산화탄소의 80%가 흡수됐다. 포착하는 양이 건조한 환경일 때의 2배 수준이다. 게다가 기존 흡착 물질이 120℃까지 가열해야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것과 달리 COF-999는 60℃ 이상으로 가열하면 아민과 이산화탄소가 반응해 만들어진 카르바메이트, 중탄산염의 결합이 깨지면서 이산화탄소가 풀려나온다. 연구팀은 COF-999를 100회 이상 반복 사용해도 성능에 문제가 없음을 실험으로 확인했다.COF-999는 비교적 저렴한 원료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방출에 필요한 에너지도 적어 기후 위기를 해결할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야기 교수에 따르면 탄소 포집 용량을 현재의 2배로 늘리면 2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하다. 야기 교수는 “COF-999는 성능 면에서 다른 물질과 견줄 수 없는 혁신적 결과를 보여줬다”며 “기후 문제 해결을 향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했다.

√ 기억해주세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온실가스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과학자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기 중에 낮은 농도로 흩어져 있는 이산화탄소(약 400ppm 수준)를 포집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특별한 화학물질로 이산화탄소를 붙드는 방식이다. 수소·탄소·질소 같은 비금속 원자가 공유결합으로 연결된 다공성 유기물질 COF가 주로 쓰이는데, 염기성 물질인 아민이 산성인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붙드는 성질을 활용한다. 최근 UC버클리 연구팀이 공개한 COF-999는 단 200g만 있어도 이산화탄소 20kg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지녔다.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오히려 잘 작동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인 60℃ 이상으로 가열하면 이산화탄소를 다시 내뱉는다. 100회 이상 반복 사용해도 성능에 무리가 없다.

김우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