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났냐"…美 현지서 우려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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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남부商議 행사“한국에 전쟁이라도 났느냐는 질문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김재천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장)
경제인 150여명 참석
韓 대외신인도 큰 문제 없다지만
기업인들 "현장 분위기는 달라"
계엄사태에 투자금 제때 올지 걱정
트럼프 대응할 리더 부재 우려도
12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서남쪽 웨스트포인트 기아대로의 기아 트레이닝센터. 어둑해진 하늘 아래 조지아주, 테네시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에서 모인 한·미 양국 관계자들의 차량이 속속 도착했다. 미국 동남부 지역 한·미 경제인 모임인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SEUSKCC)의 연례 만찬에 참석하려는 이들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최대 행사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았다.비상계엄과 이에 따른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한국계 기업 전체의 신뢰도가 깎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업 투자 컨설팅을 하는 한 참석자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때 한국에서 돈이 와야 하는데, 이것에 혹시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상대측에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급등하고 한국 경제가 위축되면 투자 약속을 못 지킬 것 아니냐’는 우려다.
다른 참가자는 “비상계엄이 왜 벌어졌는지 설명하기도 힘들고, 북한과 분쟁이 벌어진 게 아닌지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기아 관계자는 “외부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와 본사 차원에서 별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대외적으로 발표해야 했다”고 전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를 상대할 리더십이 없다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한 기업인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위협에 누가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사태가 빨리 매듭이 지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다만 이경철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 회장(웨일엔터프라이즈 대표)은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한민국의 경제 역량이 많이 성숙해서 잘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재천 소장은 “트럼프 정부가 위협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중국 기업의 진출이 어려워지는 등 기회 요인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행사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실 관계자와 각 카운티 담당자, 개발청 관계자가 여럿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스튜어트 카운테스 기아 조지아법인장, 조연호 일진아메리카 어번공장장, 줄리어스 최 지누스 미국법인장, 안병찬 현대모비스 선임변호사, 제프 손 삼성 홈어플라이언스아메리카 이사, 한상준 SK에코플랜트 팀장, 피터 언 HL만도 아메리카 팀장 등을 비롯해 실무 담당자 100여 명이 자리했다.
약 150개 기업을 회원으로 둔 SEUSKCC는 1991년 한국에 진출하려는 UPS 코카콜라 등 미국 기업들이 한국 대사관과 함께 꾸린 단체다. 이후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늘어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지금은 한국 측이 오히려 주도권을 쥐고 단체를 이끌어가고 있다.특히 한국은 지난 3년간 조지아주 해외투자 비중 1위 국가에 오르는 등 이 지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작년 한 해만 조지아주에 100억달러를 투자해 1만260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애틀랜타=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