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유로존 성장 동력 꺾여"…영국도 두달째 마이너스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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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준금리 인하 배경은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의 암울한 경제 상황을 경고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된 데다 업종을 불문하고 성장 동력마저 꺾였다는 판단에서다.
라가르드 총재 "무역갈등 고조
인플레 전망 불확실성도 커져"
라가르드 총재는 12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할 위험이 여전히 더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3분기 여름철 관광업 호황 등 일회성 요인으로 성장 회복세를 보였지만 일시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는 “최근 지표를 보면 성장 모멘텀이 꺾이고 있다”며 “제조업이 여전히 위축돼 있고 서비스업 성장도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글로벌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라가르드 총재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통상 마찰 위험이 수출과 세계 경제를 약화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무역 갈등이 커지면 유로존 인플레이션 전망도 더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맏형 격인 독일과 프랑스가 잇따른 연정 붕괴을 겪으면서 정치적 혼란마저 가중됐다. 유럽 주요 국가의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경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독일은 조기 총선 채비에 들어갔고, 프랑스도 총리 임명을 앞두고 국정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ING는 “유로존의 부정적 리스크(위험 요인)가 분명히 증가했다”며 “향후 몇 달 동안 미국 경제 정책의 잠재적 악영향과 유로존 최대 2개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다음달 트럼프 당선인 취임까지 예정돼 ECB뿐만 아니라 스위스와 캐나다 등도 금리를 낮추며 경제 혼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2기에 더 강력한 관세를 경고한 만큼 경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스위스도 시장 전망치를 훌쩍 넘어선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영국의 경제 전망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통계청은 이날 영국의 올해 10월 국내총생산(GDP)이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경제가 위축됐다. 두 달 연속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0.1% 증가를 예상했다. 영국 통계청은 서비스 부문이 정체되고 제조업과 건설업 생산량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정/임다연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