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에 하루꼴'...지각 일삼아도 해고 안되는 '신의 직장'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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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일 중 70일 무단지각…사후 지각 통보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적용무를 연장근로 신청...휴가 98일 받기도
결국 해고 당하자 "부당해고" 소송 제기
법원 "복무실태 납득 어렵지만 해고 과해
...개전의 기회도 부여해야" 근로자 손 들어
전문가들 "허술한 근태관리와 관행 치명적"
근무일 3일 중 하루꼴로 지각을 일삼은 공공기관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직원은 지각을 자주 하면서도 일반 동료들의 4배에 달하는 연장근로를 했다고 신청해 100일에 가까운 대체 휴가를 받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법원은 "과다 신청한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안 된다"며 해고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허술한 근태관리와 인사 관행이 조직문화를 훼손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242일 중 70일 무단지각…오후에야 "지각합니다" 통보도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6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1심을 그대로 인용했다.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해외문화홍보원은 2020년 3월 일반직 행정직원 A씨에 대한 징계해고 건의를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A씨의 근태는 심각하게 불량했다.2019년 한 해 동안만 총 근무일 242일 중 70일을 무단 지각한 것이다. 지각 시간만 총 1745분간에 달해 하루 평균 25분꼴이었다. 출근 시간에 보이지 않아 상급자가 "지각하는 거냐"고 연락하면 그제야 지각한다고 답장하거나, 오후가 돼서야 답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사담당자에게 보고한 사유는 귀 울림, 열, 복통, 두통, 체기, 알레르기 등 다양했다.
A씨가 무려 969시간의 연장 근무를 했다고 신청해 약 98일의 '보상휴가'를 사용한 것도 문제가 됐다. A씨는 새벽 근무는 55건(383.2시간), 휴일 근무 38건(343.3시간)에 대해 연장근무를 신청했는데 이는 같은 업무를 수행한 동료들의 4배에 달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가 저녁 식사, 외출 등 사적 용무 시간까지 전부 근로 시간으로 산정해서 신청한 정황도 발견됐다. 이렇게 획득한 보상 휴가를 사용해 지각이나 무단결근으로 깎여야 하는 임금을 메꿨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결국 해외문화홍보원은 2021년 5월 A씨를 해고했다. 그러자 A씨는 ‘해고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홍보원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주자 홍보원 측이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 "복무실태 납득 어렵지만…해고는 과해"
하지만 법원은 해고가 부당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의 행태가 징계 사유는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들어봐도) A의 복무 실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실제보다 과다한 근로시간을 보고하고 이렇게 취득한 보상 휴가를 사용해 유급휴가 혜택을 누리거나 무단 결근일에도 기본급을 공제하지 않는 등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보원에도 사회적 비난으로 인한 대외적 명예 실추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라고도 지적했다.하지만 법원은 해고가 과도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문화원의 예산·인력 부족 탓에 담당 업무가 아닌 업무도 종종 수행했고, 문화원장으로부터 신임을 받을 정도로 업무수행에 성과가 있었다"며 "보상 휴가 사용에 관한 구체적 지침이나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책임을 오롯이 A에 돌리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엔 심각했지만) 2020년에는 76일의 근무일 중 10분 이상 지각한 경우는 1회에 그치는 등 근태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므로 개전(개선)의 희망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문화원은 항소심에서 "2019년 10월 전체 직원 단체방에서 '정시 출퇴근합시다' '초과근무를 하지 맙시다'고 강조하는 등 사전 경고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문화원 규정에서) 비위의 고의가 있는 경우 해임을 예정하고 있지만 무단 지각의 횟수가 많다는 사정만으로 중과실을 넘어 고의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연장근로시간이 월등히 많다는 점 외에 실제로 과다 신청한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으로라도 확인된 바는 없다"고 판단해 증거 부족을 지적하고 A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근태관리와 불법 관행의 방치가 회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해고에 대해 매우 엄격한 법원의 태도도 감안해 증거도 충분히 수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징계 사건에서는 증거를 충분히 수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수위가 높은 비위행위에 대해 내린 징계가 법원까지 가서 무효가 되면 조직 문화도 망가진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장의 과거 징계 수위, 관행, 복무관리 실시 여부 등도 징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사담당자들은 복무 관리에 상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