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만 틀면 '술 마시는 장면' 나온다…무분별 노출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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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청률 상위 556개 중 88% '음주'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서 음주 장면이 과도하게 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OTT 예능서도 '술방' 콘텐츠 쏟아져
15일 뉴스1에 따르면 박경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음주폐해예방팀 팀장은 최근 '알코올과 건강행동학회' 학술대회에서 "유튜브, OTT 술방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팀장은 지난 6일 '음주폐해예방을 위한 사회적 활동 동향'을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를 통해 주류 광고가 넘쳐나고 연예인이 폭음하는 장면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꼬집었다.
개발원이 최근 5년간 TV 시청률 상위 556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88%인 488개에서 음주 장면이 확인됐다. 예능 한 편당 음주 장면 송출 횟수는 2019년 0.3회에서 지난해 1.1회로 늘었다.
OTT 예능만 놓고 보면 2021년에만 5.6회에 달해 TV보다 더 자주 음주 장면이 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튜브 음주 장면을 모니터링한 결과에선 지난해 기준 '술방'·'음주방송' 등의 단어로 검색한 조회수 상위 100개 콘텐츠 모두 '문제 음주장면'이 포함됐다. '문제 음주장면'은 술에 대한 긍정적 묘사, 음주 중 부정적 행동 장면·대사, 미성년자 음주조장 장면 등을 말한다.
방송법·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등은 방송은 음주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OTT 등은 관련 규제가 부재한 상황. 정영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토론문에서 "술방 콘텐츠는 음주를 지속적으로 미화해 왔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음주 자체에 대한 관대함은 여전하다"며 "특히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정 교수는 "음주 장면 노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음주 장면 노출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는 포괄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