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사태'에 꽉 닫힌 지갑…소비 심리 얼어붙었다

소매판매액지수 10개 분기째 감소세
환율 불안 등 내수 경기 위험 요인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경제 정상화의 단초는 마련됐지만 소비 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통계청이 지난달 공개한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2020년=100)으로 작년 3분기보다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2분기(-0.2%) 이래 10개 분기째 감소세를 이어간 것.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록이기도 하다. 여행·외식 등이 떠받치는 서비스 소비는 1% 증가했을 뿐이다. 0.7% 증가했던 2021년 1분기 이후 14개 분기 만에 가장 낮다.

업태별로는 같은 기간 백화점의 소매판매액지수가 121.6으로 2021년 3분기(112.5)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대형마트는 98.0으로 4개 분기 연속 100을 밑돌았다. 80.0을 기록한 면세점도 지난해 1분기 이후 계속해서 70~80대에 머물러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은 소비 심리에 한 번 더 찬물을 끼얹었다.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사례를 보면 소매판매액지수가 급격하게 주저앉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4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97.0을 기록했지만 2017년 1분기엔 89.7로 감소했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10월부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이 이뤄진 2017년 3월까지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환율 불안도 내수 경기의 발목을 잡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내년 환율을 1300원대로 잡고 있던 유통업계에선 불똥이 떨어진 상황.

해외 농수산물과 생필품을 수입·판매하는 대형마트는 결제 화폐를 변경하거나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업계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 비춰볼 때 최소 내년 1분기까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소매유통업 실적 저하를 예상했다. 보고서는 "가계부채 부담 증가와 소비 여력 감소 등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일회계법인도 보고서를 통해 금리 인하와 수출 낙수효과로 내년 중 일부 내수 회복이 기대되지만 회복 강도가 기대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