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필요 없는 일 vs 하찮은 일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상에 필요 없는 일은 없다.

회사가 어려워졌다. 매출은 10월말인데 년초 목표 대비 40% 수준이다. 당기순손실이 생각보다 큰 상황으로 CEO는 긴축경영에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회의비, 사무용품비, 채용 및 교육비 등 간접 경비가 전부 사라졌다. 법정 복리후생비를 제외하고 복리후생 전 항목의 집행이 중지되었다. 희망 퇴직을 실시하고, 각 부서별 30% 업무 효율화 작업이 진행되었다. 임직원 사이에서는 이 상태가 지속되면 조만간 조직과 인력 구조조정이 실시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경영본부장이 부른다. 본부 내 8명의 팀장들이 다 모였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중요도와 난이도를 감안하여 업무 30%를 줄이는 안을 가지고 다음 주 월요일 전체 미팅을 하자고 한다. 팀원들을 모아 3가지를 지시하고 목요일 10시 각자 발표를 한다고 했다.
첫째, 업무 분장된 직무 및 공통 직무를 중심으로 1년 230일 기준 직무와 작업일을 기록할 것
둘째, 부가가치가 낮은 직무, 직무 프로세스를 보며 과업을 최대한 줄여 30% 일을 없앨 것
셋째, 30% 감축 후 여유 시간 활용방안을 작성할 것

대부분 담당 직무는 그대로 두고, 세부 작업을 줄이는 방안으로 안을 발표한다. 여유 시간의 활용 계획은 막연하게 개선 활동 또는 도전 과제를 찾아 성과를 내겠다고 한다. 발표를 마치고 여러분의 생각을 알겠다고 하고, 월요일 발표할 자료를 작성한다. 30% 룰에는 일만 포함된 것이 아니다. 팀과 팀원에 대한 전반적인 30% 감축안을 작성한다.

팀장의 발표 중 여러 팀장이 불필요한 일을 없애겠다고 한다. 본부장은 발표가 끝나고 팀장들이 회사의 현황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고 질책하고, 세상에 불필요한 일은 없고, 불필요하다면 지금까지 그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묻는다. 지금 회사가 어떤 상황이며, 왜 이런 발표를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냐 질책한다. 팀장들의 발표를 마치고 본부의 조직, 일, 인력 30% 감축 방안을 논의하기로 생각했으나, 의미가 없다며 자신의 결정에 따르라고 한다. 팀장들은 고개를 숙이며 아무 말을 하지 못한다. 마음 속으로 피해가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가치 없는 일

일이란 ‘새로운 가치 또는 성과를 창출해 내는 활동’이다. 기업은 ‘열심히 일을 했지만, 새로운 가치나 성과를 창출해 내지 못하면 일을 잘했다고 하지 않는다.’ 회사는 친목 단체가 아닌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가치와 높은 성과를 생각해야 한다.

‘일의 가치가 다르면 그에 따른 보상도 달라야 한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어야 한다’ 이 말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어느 정도의 차별을 가져갈 것인가의 이슈이다. 만약, 더 중요하고 난이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했는데, 가치가 낮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과 동일한 보상이나 대우를 받는다면? 회사에 1000억의 이익을 창출한 직원과 자신이 받는 급여만큼 이익을 낸 직원과 동일한 보상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정상적인 조직 운영 방식은 아닐 것이다.일의 가치를 중요도(회사의 재무 영향력), 수행 난이도, 파급 효과를 기준으로 상 중 하로 구분했다. 상의 직무 가치는 반드시 해내야만 하고, 수행하는 사람의 역량 수준도 높아야 한다.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직무이다. 하의 가치를 가진 직무는 가급적 아웃소싱을 하거나, 계약직 또는 낮은 직위의 직원들이 수행해야 한다. 물론 이 일도 제대로 수행해 성과를 내야만 한다. 가치가 낮은 직무이지 불필요하거나 해서는 안되는 직무는 아니다.
비상 상황에서 30% 직무를 감축한다면 어떤 직무를 어떻게 줄여야 할 것인가? 회사가 존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직무는 남기고 수행해야 한다. 중요도, 난이도, 파급 효과 뿐만 아니라 시기의 이슈가 대두된다.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직무라면 비상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
직무의 이슈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높은 가치의 직무를 수행할 역량을 갖춘 인력을 고려해야 한다. 높은 가치인 직무를 수행 역량이 없는 직원에게 담당하게 하면 곤란하다. 고역량을 보유한 직원이 떠나면 고 수준의 직무는 수행할 수 없게 된다. 30% 직무를 줄였다 해도, 남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인력이 잔류해야 한다. 어느 조직에서 담당하느냐 역시 중요한 이슈이다. 경영관리팀에서 재무, 홍보, 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생산이나 연구개발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직무, 인력, 조직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조직장에게 목표와 팀의 역할이 아닌 새로운 업무가 부여됐다. 갑작스럽게 부여된 업무를 어떤 기준으로 팀원에게 지시하겠는가? 불필요한 일을 팀장을 불러 지시 내리지 않는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지시 받은 일을 배분하는 것은 팀장의 권한이다. 팀원이 일을 수행하면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성과 높게 마무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일의 가치이다. 높은 가치의 직무라면 고 역량을 보유한 고 성과를 창출하는 직원에게 배분한다. 낮은 수준의 직무라면 중간 정도의 역량과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 부탁하면 된다. 그리고 수행 결과에 대해서는 성과로 인정해줘야 한다.

아무리 사소하고 가치가 떨어지는 직무라도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가치를 고려하여 선택과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 일을 마쳤으면 그 성과에 대해 반드시 보상이 따라야 한다. 이것이 일을 책임지는 조직장이 가져가야 할 원칙이다.<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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