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아랍의 봄' 촉발하나 … 떨고있는 중동 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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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태로 반정부 운동 우려시리아를 철권 통치하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의 총공세로 무너진 뒤 아랍 국가 지도자 사이에서 비슷한 사태가 자국에서도 벌어질지 모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음 타깃, 이집트 대통령" 주장도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강력한 통치로 정권을 유지해온 아랍 국가 지도자들이 시리아 내 알아사드 정권 축출과 이슬람 정부 등장이 자국 내 정치적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WP는 “아랍 국가에 시리아 사태는 단순히 외부 일이 아니다”며 “내부의 정치적 긴장과 불만을 자극할 잠재력을 지닌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된다”고 분석했다. 파와즈 게르게스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시리아 주변 아랍 국가들은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가장 큰 위험으로 보고 있다”며 “이슬람 단체가 이 공백을 메우고 자리 잡아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들은 2010년 시작된 ‘아랍의 봄’ 당시 반정부 시위로 중동 지역 독재 정권이 대거 무너진 것처럼 변혁의 열기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당시 시민은 정부와 기득권층 부패, 빈부 격차, 높은 청년 실업률 등에 분노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이슬람 정치운동이 여기에 결합하자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 여러 국가에서 정권이 교체됐다. 이후에도 이슬람 정치운동 단체의 대중적 호소력은 아랍 국가 독재자에게 지속적인 위협으로 작용해왔다.
정권이 교체된 경험이 있는 이집트는 이번 시리아 사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WP는 정치범 수만 명을 구금 중인 압둘 파타흐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국 내 불만이 확산할 가능성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집트에서는 “다음은 엘시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랍 국가들이 여러 우려에도 시리아 반군 집단인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과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WP에 따르면 아랍 7개국 대사들은 지난주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HTS 대표단을 만난 뒤 시리아의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HTS 측 의견을 들었다.
HTS는 이 자리에서 주변 국가들과의 원활한 관계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