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시계 vs 윤석열 탄핵시계…운명의 시간은 누구 편?

2021년 서울시내 한 갤러리에서 관계자가 윤석열 대통령 초상화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초상화 옆에 전시하고 있다. 사진=뉴스1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이제 윤 대통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헌재)의 손에 넘어갔다.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3심 선고 시점이 공교롭게 맞물리게 되면서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대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위증교사 혐의로 지난달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항소심 재판부가 서울고법 형사3부로 배당됐다. 이는 부패 사건 전담 재판부다.재판부가 정해진 만큼 조만간 항소심 심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더 관심을 끄는 판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이미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피선거권 상실형을 선고받은 상태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판결 확정 시점에 따라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이 외에도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배임 및 성남FC 후원금 관련 뇌물 혐의 사건 등 이 대표에게 남은 재판은 3개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일인 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하며 시계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명의로 헌재와 대통령실에 '국회 탄핵소추의결서'가 전달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6개월 이내에 내려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법 38조는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는 헌재가 대통령 공백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중 심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내란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해 빠른 심리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91일이 걸렸다.

물론 변수도 있다. 탄핵 결정은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헌재 재판관은 국회 몫 3명의 자리가 비어있어 6명이다.지금의 상태로 결정이 내려진다면 6명 전원이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6명 중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때 임명된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4월이면 종료된다.

이에 따라 탄핵당한 윤 대통령 측이 재판을 끌기 위해 증인을 대거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내년 4월 이전까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도록 수를 쓸 것이다. 반면, 국회는 3명의 헌재 재판관 자리를 채우기 위해 바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이달 안으로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탄핵 결정은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탄핵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6명 미만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업무에 복귀한다.그렇게 되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정당성'을 강조해온 친윤계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고,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탄핵 찬성파는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조기 대선을 그렸던 민주당의 청사진은 수포가 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 국회 탄핵 표결 전 대국민 담화/사진=대통령실
아울러 만약 6개월 내 이 대표의 '피선거권 박탈형'이 확정된다면,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이 대표의 대선행은 좌절된다. 이렇게 되면 야권은 '포스트 이재명'을 찾을 수밖에 없다. ‘포스트 탄핵‘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대권주자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아 수감되면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야당 대권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국민의힘은 사퇴한 한동훈 대표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등이 차기 주자로 언급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내년 1월이면 40세가 되면서 출마가 가능한 상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