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혈세 누수 막아야"…회계사들 거리로 나선 이유 [선한결의 회계포커스]

서울시 사업비 정산 검토 간소화 조례에 반대 목소리
"결산서 검사, 투명성 확보에 미흡"
공인회계사들이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회관 앞에서 오는 17일 열리는 서울시 기획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조례 개정안을 상정하라고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공인회계사회
16일 서울 태평로. 찬바람이 부는 서울시 의회회관 앞에 공인회계사들이 모여 피켓 시위를 벌였다. 청년공인회계사회는 서울시의회 앞에 근조화환을 여럿 보내는 등 시위에 간접적으로 동참했다. 서울시가 민간 위탁 사업비의 정산 검증을 약소화한 것을 놓고 회계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행대로는 민간 위탁 사업비의 회계 투명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16일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는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서울시 행정사무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상정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조례 원상회복과 함께 지방재정 투명성 강화를 위한 법안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조례 개정안은 민간위탁사무 수탁기관의 사업비 정산 검증을 회계감사가 아니라 결산서 검사로 바꾼 현 규정을 회계감사로 되돌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산서 검사는 회계감사에 비해 검증·검사 기준이 상대적으로 덜 엄격하다. 정부는 기업의 경우엔 일정 규모 이상일 때 법적으로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지자체 민간위탁사업은 지자체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민간기관에 제공하고, 사업 수탁기관이 사업을 수행한 뒤 지자체에 결산 보고서를 제출하는 구조다. 서울시는 앞서 이들 민간수탁기관에 대해 공인회계사의 사업비 정산 감사를 받도록 했다.

서울시의회는 이에 대해 정산 감사 명칭을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바꾸는 개정조례안을 2021년 의결했다. 이 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채인묵 당시 서울시의원은 "사업비 정산 검사를 회계감사로 규정해 수탁기관의 불편과 비용 부담이 가중됐다"는 근거를 들었다.서울시의 민간위탁사업은 지난 1월 기준 362개, 배정된 예산액은 6720억원에 달한다. 새 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한 허훈 서울시의원은 "민간위탁은 공공조직의 비대화를 방지하고 민간의 자율·전문성을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간 위탁 사무와 예산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장기간 위탁으로 인해 수탁업체의 효율성 저하와 관료화 경향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내·외부 통제장치를 엄격하고 적절히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인회계사 일부는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회관 앞에서 오는 17일 열리는 서울시 기획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조례 개정안을 상정하라고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혈세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선 민간위탁자의 회계보고와 감사가 필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청년공인회계사회는 서울시의회에 근조화환을 여럿 보내는 시위를 벌였다. 모두 서울시의회의 민간위탁 개정조례안 논의를 촉구하는 움직임이다.
청년공인회계사회는 행정사무 민간위탁 조례 개정안을 오는 17일 전체회의에 상정해 가결하라는 취지로 16일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회관 인근에 근조화환을 늘어놓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 청년공인회계사회
청년공인회계사회는 "당초 민간위탁 개정조례안이 오는 17일 기획경제위원회 회의 1번 안건으로 처리될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임춘대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이 해당 안건에 대한 상정을 특별한 이유 없이 돌연 미상정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의 혈세가 쓰이는 민간위탁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도록 막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년공인회계사회는 또 "서울시가 직접 집행하지 않고 사업비를 위탁하면 자연히 직접 집행하는 예산보다 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때문에 더욱 철저한 감사를 통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