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행복·경쟁력 모두 챙긴 교육

홍정민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2주 전 한국뉴욕주립대에서 인천평생교육원과 함께하는 세계시민대학의 종강식이 있었다. 참여 학생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수준이 높고 열정이 대단해서 수업 시간에 실제로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으로 질문하고 토론했다. 참여한 분들도 비슷한 평가를 했다. “미국 대학이라서 그런지 뭔가 달라요. 교수님이 계속 질문하고 말하게 해서 뭔가 계속 생각하게 만들어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내 생각의 범위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지난주에는 한국뉴욕주립대 졸업식도 있었다. 우리 학생 대부분은 공대와 경영대 소속이다. 졸업 후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에 진출한다.그들이 처음 입학했을 때가 떠올랐다. 첫 학기에 국내 일반고를 나온 학생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인데, 더 큰 이유는 중·고교 시절 수동적인 학습방식에 너무 길들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자유롭게 토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다른 의견을 내는 데 익숙지 않다. 이에 비해 외국 학생들은 발표와 토론에 적극 참여하고 수업 자체를 능동적으로 즐긴다. 대학에서 이렇게 4년간 열심히 공부하고 나면 한국 학생들도 세계 어디를 가든지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자신 있게 영어로 토론하고 경쟁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

많은 서울대 이공계 학생이 의대에 가기 위해 재수나 반수를 한다고 들었다. 뭔가 잘못됐다. 공학과 과학기술 분야에 많은 인재가 필요한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 대부분이 의대에 가려고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닌지 혼란스럽다.

다들 미국이 왜 세계 최강국인지를 보려면 미국의 대학을 가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미국 초등학교를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미국 초교에서는 어릴 때부터 수업 시간에 본인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도록 배우며 자연스럽게 창의성을 기른다. 어린이들은 방학이 되면 개학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학교를 좋아한다. 행복한 학교에서 마음껏 뛰놀고 공부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공부와 적성과 미래의 꿈을 발견해간다.

한국 부모들은 엄청난 사교육비에 신음하고 있다. 등수를 매겨서 비교 경쟁의식을 부추기는 교육 문화 탓이다. 이래서는 개인의 다양한 꿈과 창의성이 발휘될 수 없다. 한국도 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음껏 꿈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최초의 소셜미디어 싸이월드를 내놓고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후발주자에 시장을 내줬다. 국산 SNS가 단명한 바탕에는 좁은 국내 시장의 틀에 갇혀 넓은 세계를 꿈꾸지 못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탓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