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 투자와 리스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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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대중 견제와 탈중국 경향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베이징자동차와 함께 50 대 50 비율로 베이징현대(北京現代氣車有限公社)에 총 10억9547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베이징현대는 2002년 현대차와 베이징차가 합자 계약을 맺어 베이징에 설립한 회사다. 베이징현대는 이번 증자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 특화한 제품을 개발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2025년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 2026년부터는 하이브리드 등 새로운 에너지 자동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이번 현대차의 결정은 특정 기업 관점에서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글로벌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이와 같은 기업의 중국 투자가 국가적 관점에서 타당한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섣부른 대중 투자, 족쇄 될 수도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현대차는 2008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성공적인 투자였으나, 15년이 지난 2023년 12월 19일 4100억원짜리 러시아 공장을 1만루블(약 14만원)에 조건부로 매각했다. 2년 내 현대차가 다시 공장을 살 수 있는 조건이지만 벌써 1년이 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끝난다고 하더라도 기한 내에 러시아 제재가 풀리고 러시아의 보상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기업의 잘못은 아니지만, 기업은 투자국의 국제 환경 변화에 직격탄을 맞기 마련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공조하면서 러시아 정부와 협상을 벌여 우리 기업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할 짐을 지게 됐다.러시아 문제는 국제 공조로 해결될 가능성이 크지만, 중국과의 문제는 우리의 대중국 협상력이 낮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국제 공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베이징현대는 2003년 이후 연평균 37만 대를 생산하다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2017년부터 판매 부진을 겪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방어 무기에 불과한 사드를 빌미로 시작된 중국 정부의 간접 제재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한한령에 따라 시작된 판매 부진은 사드 문제가 사라진 이후에도 계속됐다. 베이징현대는 두 개의 공장을 폐쇄했다. 한국 정부가 우리 기업을 위해 중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베이징현대의 전기차 모델 개발과 생산은 글로벌 리스크를 더 악화한다. 수많은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이미 자국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관세로 세계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워졌다. 미국과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도 45.3%의 관세를 확정했다. 결국 베이징현대가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중국은 베이징현대를 지렛대 삼아 한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상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중국 전기차의 안정적 수출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이용한 중국의 대미 수출 우회 경로를 차단하고 나섰다. 한국과 중국의 공급망 유착은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대미 수출 환경을 악화한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서 양허안 변경과 원산지 규정 준수 강화 등 전반적으로 한국 산업을 향해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탈중국이라는 글로벌 기조 속에서 대중국 투자는 대미 협상력을 떨어뜨린다. 한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미 공조를 통해 한국산 배터리와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미 FTA 재협상으로 경제 대도약을 도모해야 한다. 이번 중국 투자는 이런 기대를 실현하기 어렵게 하고, 글로벌 리스크를 키웠다는 점에서 아쉽다. 정부는 글로벌 리스크를 관리할 종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