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재무정보공개 기준 'TISFD', 기후·자연자본 이어 '불평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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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SFD는 불평등을 포함한 사회 관련 재무정보공개 기준을 개발하는 태스크포스다. 유럽 공시기준처럼 이중 중대성을 채택해 재무적 중요성 접근법과 함께 영향 중요성 접근법을 함께 다룬다. EU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과의 일관성을 확보했으며, IFRS재단의 후속 공시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한경ESG] 이슈 - 사회 관련 재무 정보공개 기준, TISFD 2024년 9월 23일 불평등을 포함한 사회 관련 재무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글로벌 태스크포스(Inequality and Social-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ISFD)가 출범했다. TISFD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에 이은 세 번째 글로벌 정보공개 협의체다. TISFD 공동 의장은 피터 바커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 회장, 샤란 버로 국제노동조합연합(ITUC) 전 사무총장, 옥스퍼드대학 교수이자 세계은행 전 부총재인 아룬마 오테, 유네스코 사회 및 인문 담당 부국장 가브리엘라 라모스 4명으로 이루어졌다. 창립 멤버로서 기업과 노동조합이 함께 나란히 머리를 맞댄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창립 파트너로서 유엔개발계획(UNDP),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노동기구(ILO),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이 참여했다.
앞으로 TISFD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과 협력해나갈 예정임을 밝혔다. TISFD는 2025년 말까지 프레임워크의 베타 버전을 개발해 각계 피드백을 거쳐 2026년 말 공식 공시 프레임워크를 발표할 예정이다.전 세계 권고안 채택 목표 TISFD는 태스크포스의 비전, 범위, 거버넌스 모델, 지시적 작업 계획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는 범위 지정 문서 ‘피플 인 스코프(people in scope)’를 발간했다. 기본적으로 TISFD는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관리, 정량적 지표 및 목표라는 4가지 영역을 중시하는 TCFD 모델을 따른다. TISFD는 공시 프레임워크 발표 후 1~2년 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불평등 및 사회 관련 문제를 기업 차원과 시스템 차원의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기적으로는 정책입안자 및 표준 제정 기관과 협력해 전 세계적으로 권고안을 채택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피플 인 스코프에서 TISFD는 여전히 이루어지는 강제노동, 아동노동과 빈곤 등 인권 문제를 언급했으며, 인적자본 개발 및 성평등 같은 글로벌 목표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자본과 안정성을 재건하고, 모든 이가 경제적 주체로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 혁신과 생산성을 증대하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임을 밝혔다.
기본적으로 TISFD는 사람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라는 인식 아래 인권 존중과 복지 증진, 인적자본과 사회적자본 투자 간 상호 보완성을 반영한다. 그러면서도 불평등을 사회 전반에 걸친 시스템 차원 문제로 접근해 수평적 불평등(성별, 인종, 연령 등), 수직적 불평등(임금, 기대수명, 계층 등), 지역 기반 불평등(국가 및 지역 내) 등에 대해 다룰 것임을 강조했다.TISFD는 유럽 공시기준에 따른 이중 중대성을 채택한다. 재무적 중요성 접근법과 함께 영향 중요성 접근법을 함께 다룬다. 기본적으로 유엔에서 발간한 기업과 인권 이행 지침, ILO의 다국적 기업과 사회정책에 관한 삼자 선언, OECD의 책임 있는 기업활동에 관한 지침을 참고한다.
유럽 공시기준과 협력
TISFD는 많은 협의의 산물이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불평등 관련 정보공개 협의체(TIFD)가 먼저 설립됐고, 사회 관련 금융 정보공개 협의체(TSFD)가 뒤를 이었다. 그러다 2023년 4월 TIFD와 TSFD가 단일 이니셔티브로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인적자원과 관련한 공시 요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3년 ISSB가 내놓은 IFRS 공개 기준 S1이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다루고, S2가 기후 관련 공개를 다룬 바 있다. IFRS 재단은 후속 기준인 S3, S4에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와 생태계 서비스, 인적자원, 가치사슬 4가지 주제에 대해 다룰 예정으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현재 TNFD를 500개 이상 기업과 금융기관이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볼 때, TISFD의 파급력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9월 27일에는 유럽 재무보고 자문기구(EFRAG)와 TISFD 사무국이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양 기구는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 작업 그룹에 참여하며, 유럽연합(EU)의 지속기능성 공시기준(ESRS)과 일관성을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사회 관련 문제는 보통 복잡한 요소가 얽혀 있어 무엇을 측정해야 할지,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가 없기 때문에 위험 및 식별, 관리는 물론 및 기관의 의사결정에 통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창욱 지평 파트너 변호사는 “TISFD가 불평등과 사회 부문을 함께 다루다 보니 어느 정도까지를 불평등으로 볼지, 시스템적 측면의 불평등을 실제 기업에 적용하는 데 어디까지 다룰 수 있을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현 단계에서 남녀 임금격차 등 사회 부문에서 많이 논의된 부분이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