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현, '취하는 로맨스'부터 할리우드 진출까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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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월화드라마 '취하는 로맨스' 방아름 역 배우 신도현"성향은 완전 달라요."
캐릭터를 설명하며 활짝 미소 짓는 배우 신도현이었다. 신도현은 ENA 월화드라마 '취하는 로맨스'에서 자신이 연기한 방아름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단한 내면과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노력하며 현재에 충실한 모습은 '취하는 로맨스' 속 방아름 그 자체였다.'취하는 로맨스'는 주류회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를 담았다. 신도현은 지상주류 기획팀 과장으로 계획에 맞춰 인생을 살아가며 타인과의 비교를 거부하는 '파워 J'이자 "너, T니?"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현실주의자다. 1년 후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꿈꾸며 맞선 스케줄을 소화하던 방아름에게 비밀이 많아 보이는 '토스트 총각' 오찬휘(백성철 분)가 나타나면서 예측하지 못한 연애를 시작한다.
"실제로는 파워P입니다. 술도 잘 못 마시고요.(웃음) 예전에는 '잘 마신다'고 패기를 부렸던 거 같아요. 술자리에 취하지 않는 모습으로 끝까지 버티고요. 지고 싶지 않아서요.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고요. 숙취가 심한 편인데, 그렇게 하루, 이틀 버리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더라고요."언제쯤 조건에 맞는 남자를 만나고, 결혼하는 시기까지 결정하고 행동하는 아름의 모습에도 "P이자 운명론자인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된 부분이긴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성적으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 계획에 맞춰 직장에서 버티는 엔딩까지 저에겐 모든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방아름에 대한 애정을 담아 치켜세웠다.유명 주류회사의 과장에 자신의 계획대로 인생을 살아왔던 방아름에게 오찬휘는 예측하지 못한 변수 같던 인물이다. 토스트 트럭을 운영하며 전국을 유랑하는 자유로운 청춘인 오찬휘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부모님의 반대에도 부딪히지만, 그런데도 오찬휘와 연애를 이어가는 모습이 '취하는 로맨스'의 전개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이 됐다.
방아름이 오찬휘와 교제한다는 설정에 "아름이 사실은 외모지상주의자가 아니었냐"는 농이 섞인 질문을 던지자, "저도 감독님께 아름이 찬휘의 준수한 외모 때문에 끌린 거냐고 여쭤본 적이 있다"고 신도현은 고백했다.
"외모 때문은 아닌 거 같더라고요. 아름의 결핍은 가족이었는데, 찬휘가 그 부분을 충족시켜준 게 아닌가 싶어요. 찬휘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해줘요. 엄마가 사과를 주며 '이걸로 먹어'라고 하는 말을 듣고, 아름은 '사과 하나도 내 마음대로 못 먹게 하냐'라고 하는데, 찬휘는 '예쁜 거 먹으라고 그런 거야'라고 해줘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결혼까지 생각한 게 아닌가 싶어요."아름과 달리 "겁도 많고, 당찬 여성은 아니다"고 거듭 말한 신도현이지만 지금까지 필모그라피를 보면 도전과 다채로움의 연속이었다. SBS '스위치-세상을 바꿔라'에서 '장근석 바라기'로 눈도장을 찍은 후 JTBC '제3의 매력', KBS 2TV '땐뽀걸즈',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등 다양한 장르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온 것.차기작인 넷플릭스 '더 리크루트' 시즌2도 내년 공개가 예정돼 있다. '더 리크루트'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CIA 법무실에 입사한 신입 변호사가 위험천만한 스파이의 세계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신도현은 한국인 이유진으로 캐스팅돼 캐나다에서 촬영을 마쳤다.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나온 신도현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현은 "어릴 때부터 공상하는 걸 좋아해서 배우라는 꿈을 갖기 전부터 버킷리스트에 '할리우드 오디션에 테이프를 보내기' 같은 걸 적곤 했다"며 "그땐 할리우드 진출 사례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막연하게 '재밌겠다'하고 적었던 건데, 어느 날 농담식으로 대표님께 '외국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네가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걸 왜 생각 못했지'라고 하시면서 그때부터 오디션용 영상을 찍었다"고 캐스팅 과정을 소개했다."처음엔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외국인들이 바라는 한국인의 이미지일까' 생각이 들기도 했고, 생각보다 더 완벽한 영어 구사를 원하는 거 같았어요. '더 리크루트2'는 제가 2번째로 본 할리우드 오디션이었는데 한국인 교포 설정인 거예요. 대사도 빨리 잘 외워지고요. 오디션을 보고, 마지막엔 줌 미팅으로 남자주인공과 호흡을 맞췄는데 '이 경험들이라면, 안 돼도 괜찮다'라고 생각했는데 됐어요."
'취하는 로맨스' 촬영을 마친 후 숨 고르기 중인 신도현은 "당분간 체력증진에 힘쓰고 싶다"며 "운동에 집중하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예전엔 '난 이런 거 하고 싶은데, 왜 다른 것만 시켜주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게 어린 생각, 어린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무슨 역할이든 다른 작품이라면 다 다른 역할이고, 도전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저를 선택해주시는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저를 원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