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로 "우리 말 들어라"…한덕수 '어느 장단에 맞춰야'

이재명 국회·정부 함께하는 협의체 제안
권성동은 "국힘이 여당…고위당정 재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최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마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국정 주도권을 두고 날 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정 수습의 중심에 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양당이 서로 "우리와 협력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놔 한 대행이 빠른 수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16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전날 국회 의장실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나 국정 안정을 위해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우 의장은 "정부와 국회가 함께 협력하고 합심해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가 국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조속히 가동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하겠다. 정부가 먼저 협조를 구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추진하는 것보다 혼란 극복이 급선무"라면서 국회·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협의체 제안을 거절하고 고위당정협의회나 실무당정협의회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난처해졌다. 권 원내대표는 15일 오후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후 한 권한대행과 만나 '당 수습 즉시 고위당정·실무당정 재개'를 제안했고, 한 권한대행이 "공식 당정협의에 당연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고 국민의힘이 전했다. 양당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정부와의 협력 방안을 모색함에 따라 한 권한대행의 처지는 곤란해졌다. '국정안정'을 최우선에 둔 한 권한대행을 두고 양당이 편 가르기에 나선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 탄핵이란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 앞에서도 정치권이 국정 수습을 위해 협력은커녕 주도권 싸움만 벌인다는 비판이 커지는 양상이다.다만 한 권한대행이 현재 내란죄 혐의로 고발돼 민주당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건 언제든 국정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의 근거가 된다. 이재명 대표가 일단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추진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한 주요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야권 의석수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국정 운영을 위해 거부권 행사 등 민주당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