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차장은 멸종위기종"…기업 '칼바람' 불어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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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獨 기업들 중간관리자 구조조정'중간관리자 구조조정'이 경영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들이 수행하던 하급자 관리, 상부 보고, 의사결정 등 업무를 인공지능(AI)이 대체하면서 내후년까지 중간관리직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아마존, 독일 바이엘 등은 선제적으로 감원에 나섰다.
아마존, 중간관리자 약 1만4000명 해고
바이엘, 12단계 의사결정 구조 반토막
일정 정리·보고·성과관리 등 AI가 대체
Z세대는 책임 떠안는 관리직 기피 성향
가트너 "2026년까지 관리직 절반 '뚝'"
12단계 의사결정구조, 절반으로
CNBC는 15일(현지시간) 조직관리 전문가들을 인용해 "아마존이 비대해진 중간 관리직을 효율화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의사결정을 위한 사전회의 △프로젝트 추진을 방해하는 수많은 관리자 검토 △의사결정 미루기 등 사내 관료제의 병폐를 언급하며 "내년 1분기까지 관리자 대비 개인 기여자 비율을 최소 15% 이상으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아마존 인력의 7%가 중간 관리자라고 가정해 이들 중 약 1만4000명이 해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대 36억달러(약 5조15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독일 대표 제약사인 바이엘의 빌 앤더슨 CEO는 지난 4월 "중간관리자를 없애고 직원이 동적 공유소유권이라는 새로운 모델에 따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엘은 약 10만명의 직원 중 1만7000여명이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한 바이엘 임원은 경영진의 뜻이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12명 이상을 거쳐야하며, 이를 5~6단계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미국 식품배송 기업인 인스타카트도 수평적인 기업 구조를 위해 전체 직원의 7%인 250명을 감원한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세계 최대 광산기업 뉴몬트도 중간 관리자 20여명을 해고했다. 중간관리직 채용도 급감했다. 인력 데이터분석업체 레벨리오랩스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중간관리직 채용 공고는 2022년 4월 대비 42% 감소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조직을 평탄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압박으로 인해 중간관리자가 멸종 위기종이 됐다"고 평가했다.
Z세대는 중간관리자 기피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해온 중간관리자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은 AI가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컨설팅업체 가트너는 지난 10월 "AI를 통해 작업 자동화, 일정 정리, 보고, 성과 모니터링 등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라며 "2026년까지 조직 5개 중 1개는 AI를 사용해 중간관리직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설팅기업 맥킨지앤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중간관리자는 업무시간의 약 4분의1을 인력관리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나임 자파 UC버클리 경영대 교수는 "아마존의 관리자직 감축은 단순 비용절감의 문제가 아닌 '일의 미래'에 대한 질문"이라며 "기술이 전통적인 기업의 사다리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Z세대의 '언보싱(Unbossing)'도 중간관리자가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다. 언보싱이란 더 많은 책임을 떠맡게 될까봐 직원들이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채용컨설팅기업은 로버트월터스가 지난 9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52%는 '중간 관리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별도 문항에서 72%의 Z세대는 '다른 세대를 관리하는 일보다는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지나친 중간관리자 감축은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포브스는 "핵심 리더십 역할을 너무 많이 줄이면 회사의 조직이 혼란스러워지고 직원들은 좌절감과 과로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