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우짜면 좋노 싶더라"…12·3 비상계엄 쓴소리

가요계 은퇴를 시사한 나훈아 / 사진제공=예아라
'가황(歌皇)' 나훈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나훈아는 지난 7일 대구 코엑스 동관에서 전국 투어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 후 나흘 만에 진행된 공연이었다.나훈아는 공연 중반에 "요 며칠 전 밤을 꼴딱 새웠다"며 "공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사령부 명의로 공유된 포고령 1호에는 정당 활동과 일체의 집회·결사 활동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의 계엄사 통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나훈아는 "집회가 금지된다는 내용을 보고 '우짜면 좋노' 싶었다"며 "새벽에 계엄 해제가 되는 걸 보고 술 한잔하고 잤다"고 말했다.나훈아는 이후 "국회의사당이 어디고? 용산이 어느 쪽이고? 여당, 여당 대표 집은 어디고?"라며 부채를 들며 "이 부채 끝에 (기운을) 모아서 부른다"면서 '공' 후렴부를 열창했다.

나훈아가 작사, 작곡한 '공'은 "잠시 왔다가는 인생/ 잠시 머물다 갈 세상/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살다 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이라는 가사로 울림을 준다는 평이다.

또한 나훈아는 "정치의 근본은 무엇이냐"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배곯지 않게 하는 것이 원리"고 정치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문제 되는 거, 이걸로 국회서 밤을 새우고 고민해야 한다"면서 정치인들의 행동을 꼬집었다.나훈아는 1967년 데뷔해 '무시로', '잡초', '홍시', '고장난 벽시계' 등의 히트곡을 내놓으며 강력한 팬덤을 수십 년째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돌연 은퇴 선언을 하고, 마지막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며 팬들과 소통해 왔다.

수십년간 가황으로 군림하며 정치권의 러브콜도 수차례 받았다. 하지만 1992년 총선 출마 제안을 받았을 당시, "'울긴 왜 울어'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잘 부릅니까? 마이클 잭슨이 더 잘 부릅니까?"라고 답하며 거절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면 나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소신을 전했다.노태우 정부의 문화훈장 추대에도 "가수는 영혼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훈장까지 달면 그 무게를 어떻게 견디냐"면서 사양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