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이렇게 빨리 노벨상을 받게 될줄은 예상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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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니나 에이뎀(Nina Eidem) 한강 책 스웨덴 출판책임자매년 12월 초, 스웨덴에서 연중 가장 주목받는 기간인 ‘노벨 위크(Nobel Week)’가 펼쳐진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노벨상은 그들 삶의 일부로, 매년 이 시기만 되면 ‘어떤 이들이 인류에 크게 공헌했는지’에 관심을 갖고 함께 축하한다. 올해는 특별히 한국의 작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큰 감동을 주었다. 2024년, 전 세계가 전쟁과 정치적 갈등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강의 소설은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문학은 필연적으로 삶을 파괴하는 모든 행동을 반대합니다."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한강의 소설,
스웨덴에서 큰 인기를 끌어...
재인쇄 및 재판매 및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다.
한강의 작품이 영어권 국가뿐만 아니라 스웨덴에서도 널리 알려진 것은 노벨문학상 수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는 한강의 소설이 다른 경지임을 일찌감치 알아챈 스웨덴 출판사 나뛰르 오크 쿨튀르(Natur och Kultur)의 출판 책임자 니나 에이뎀의 역할이 컸다. 그는 한강의 소설 4권을 스웨덴어로 출판하며, 한강의 작품 세계를 널리 알렸다. 그리고 한강의 노벨상 렉처와 시상식, 만찬까지 함께하며 중요한 순간에 동행했다. 12일(현지 시간) 낮, 스톡홀름에 위치한 출판사에서 만나 노벨문학상과 한강 작가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 10일 노벨상 시상식과 만찬에 참석하신 소감은 어떤가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노벨상 시상식 만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고, 멋진 저녁이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어려서부터 노벨상 시상식을 TV로 보며 자라 왔기에, 제가 그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특별했어요. 모든 것들이 매우 잘 준비되었고, 꽃장식, 음식, 플레이팅, 의상 등이 완벽했어요. 이 행사를 위해 1년간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1,300명의 게스트가 참석하는 큰 행사였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특별한 행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저는 음식이 서빙되고 공연이 열린 계단 아래 테이블에 앉았어요. 문화예술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같은 테이블에 앉았고요. 한강 작가는 주요 테이블에 앉았어요. 그 테이블에는 로열패밀리와 정치인들이 앉았고, 작가님은 마들렌 공주의 남편인 크리스토퍼 오닐 옆에 앉았어요. 그들은 아이들에 대해, 가족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고 하더군요."
"한강 작가는 만찬 말미에 연설을 마치고 나서는 매우 안도한 듯한 모습이었어요. 그 이후, 우리는 위층에 올라가 춤도 추고, 수다를 떨며, 사진도 찍고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작가님도 매우 행복해했어요. 아마도 노벨상 수상자로서 공식적인 임무가 끝났기 때문인 것 같아요."
▷ 두 달 전으로 돌아가 볼까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당일, 출판사 분위기는 어땠나요?
"뭐라고 할까요. 그날은 정말 모두 충격을 받았어요. 한강 작가가 올해 수상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그날, 저는 딸이 아파서 집에 있었고, 동료들은 출판사에서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매년 전통적으로 출판사에선 함께 발표를 라이브로 보거든요. 저는 집에 있으면서, 발표 15분 전에 뉴스를 먼저 듣게 되었어요.
노벨상 측에서 수상자(한강 작가) 전화번호를 받아야 하거든요. 제가 그 연락을 맡아야 해서 런던의 에이전시에 연락을 했고요. 이후에 한강에게 전화했지만, 그녀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었어요. 전화로는 축하 인사를 제대로 못 했고, 다음날 이메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죠. 그날 제 전화는 종일 울려대기 시작했고, 많은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었어요. 출판사에 도착해선 샴페인을 들고 축하 파티를 했고, 정말 특별한 하루였어요."
▷ 당일 전화로 축하 인사는 못했지만, 다음날 이메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셨군요.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그녀는 인터뷰에서 언론에 "축하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고 했어요. 사실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요. 그녀는 당연히 축하를 받고 싶었고, 다만 그녀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는 뜻이었죠. 그날 사건은 정말 엄청나게 기쁜 사건이고, 앞으로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일이었죠. 그래서 천천히 생각하고, 그녀가 겪은 일이 어떤 의미였는지 되짚어볼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한강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출판한 편집자로서, 솔직히 작가가 노벨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한강 작가의 이름은 가끔 거론되곤 했어요.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 그녀의 작품은 정말 뛰어나고, 글로벌한 수준에서 인정받을 만한 작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언젠가는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그녀의 커리어에서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죠. 솔직히, 그녀가 이렇게 빨리 노벨상을 받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째, 그녀의 작품이 다루는 주제들이 노벨상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한강은 정치적인 메시지와 시적인 산문을 통해 역사적인 트라우마와 인간의 취약성을 드러냈죠. 예를 들어, 광주사태나 제주 4.3 사건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그녀의 소설에 담고, 그 과정에서 인간 존재의 한계와 폭력의 의미를 질문합니다. 이런 질문들은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중요한 주제이며, 문학이 던질 수 있는 깊이 있는 질문들이에요. 그런 면에서 한강의 작품은 노벨문학상에 걸맞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둘째, 한강은 매우 섬세한 감각을 가진 작가입니다. 그녀는 시인으로서 많은 테크닉을 활용해 감각적인 표현을 잘합니다. 이 감각적인 표현은 단순히 이야기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매우 흥미롭고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어요. 전통적인 문학이 다루는 ‘증언 기록(witness literature)’은 일반적으로 시적이거나 감각적인 표현이 적은데, 한강은 이를 혁신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시와 이미지, 이야기와 문체가 결합하여 흥미롭고 예술적으로도 깊이가 있어요."
▷ 번역의 힘도 수상에 영향을 미쳤을 텐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번역은 한강의 작품을 다른 언어로 읽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죠. 물론 제가 한국어판 한강의 소설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의 작품을 계속 읽어가다 보면 그 문제와 스타일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어요. 처음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그 강렬한 목소리와 독특한 스타일에 끌렸습니다. 그녀의 소설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도 흥미로웠습니다."
"그 연설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부터 글쓰기의 의미까지 그녀의 내면을 담은 깊은 텍스트였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너무 감동해서 현장에서 울기도 했습니다. 작가가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 텍스트 안에 그녀의 모든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매우 진솔하고 진지한 발표였어요.
또한, 그녀의 저작들에 대한 소개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그녀는 여러 소설을 간략히 나열하면서 그 책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문학과 현실, 사람들 간의 연결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미지를 활용한 표현(금실)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여러 번 읽어본 텍스트지만, 그때의 연설을 다시 떠올리면 여전히 감동적이고 멋졌어요."
[Nobel Prize lecture－Han Kang, Nobel Prize in Literature 2024]
▷ 특별히 기억에 남는 문장은 무엇이었나요?
"연설의 마지막 문단이 정말 훌륭한 요약이었어요. 그녀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하는 부분이었죠. 그 문장에서, 그녀가 어떻게 세상을 보고, 느끼고, 냄새를 맡으며,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작가라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감각적으로 매우 섬세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입니다. 저에게는 그 문장이 한강의 작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락이었습니다. 그녀의 창작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더 잘 알게 된 순간이었죠."
소설을 쓸 때 나는 신체를 사용한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부드러움과 온기와 차 가움과 통증을 느끼는, 심장이 뛰고 갈증과 허기를 느끼고 걷고 달리고 바람과 눈비를 맞고 손을 맞잡는 모든 감각의 세부들을 사용한다.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 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 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주었고, 연결되어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노벨 강연 中
▷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한강과 이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나요?
"그 사건은 한강이 스톡홀름에 오기 며칠 전 발생한 일이었어요. 그녀는 그때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한국 정치 전문가가 아니지만, 계엄령에 관한 내용을 담은 ‘소년이 온다’를 잘 알죠. 작가님도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듯이, 그 당시 상황과 지금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상황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차이죠. 그것만으로도 많은 압박이 되고,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해 저는 정말 놀랐어요. 특히 국회가 계엄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느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 많지만, 한국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대통령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도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녀의 10일 노벨상 시상식 만찬 마지막 연설을 참고하시면 알 수 있죠."
“문학은 필연적으로 삶을 파괴하는 모든 행동을 반대합니다. 저는 문학에 주어지는 이 상의 의미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여기서 함께, 폭력에 맞서면서요.”
▷ 노벨문학상은 스웨덴에서 얼마나 중요한 행사이며, 스웨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스웨덴에서는 노벨문학상이 굉장히 중요한 행사입니다. 이 상은 우리나라의 상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죠. 노벨상을 향한 긴장감도 존재하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판매량이 많이 증가하죠. 예를 들어, 수상 작가의 책은 재인쇄되고 다시 판매되며, 한강의 작품은 모두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올랐습니다.
수상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대중의 반응은 다를 수 있지만, 올해는 강력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이미 지난달부터 1위에 올랐고,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 판매 집계가 있기 때문에 판매량은 매우 좋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강의 작품은 스웨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채식주의자’는 스웨덴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큰 히트를 쳤고, 다른 책들도 스웨덴에서 잘 팔리고 있습니다. 저는 스웨덴 사람들의 기질과 성격이 한강의 작품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스웨덴 사람들은 차분하고 조용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북유럽 특유의 정서가 한강의 작품을 잘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한강의 목소리는 억제되고 섬세하며, 스웨덴 사람들은 이러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확실히 스웨덴 사람들은 한강의 책을 좋아합니다."
▷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녀의 소설이 인류에 기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노벨상은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이들에게 상을 수여하라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바탕으로 1901년 탄생한 상이다.)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강의 작품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소설은 인간 존엄성, 인권,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죠. 특히 ‘채식주의자’와 같은 작품이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이슈와 인간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강의 작품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해요. 그의 소설은 인류에게 보편적인 가치를 이야기하며, 그 작품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2024년 수상은 정말 멋진 선택이었고, 타이밍도 완벽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강 작가와 함께 작업 중인 새로운 책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곧 출간될 ‘Greek Lesson(희랍어 시간)’입니다. 앞으로도 그녀의 작품은 계속 출판할 계획입니다."▷ 끝으로, 한강 작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번 주 스톡홀름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모든 행사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깊은 휴머니티를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톡홀름=조민선 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