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일 만에 쫓겨난 한동훈…"죽기 좋은 자리" 우려 현실화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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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16일 당 대표 사퇴…취임 147일 만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7·23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지 약 5개월(147일) 만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사퇴하면서 한 대표도 "쫓겨나는"이라고 표현했다. 한 대표의 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출범한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선출된 당 대표 가운데 가장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탄핵 이후 국민의힘서 최단명 대표
한동훈, 朴 탄핵 이후 최단명 당 대표로 기록
한 대표가 사퇴한 16일 한경닷컴이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당 대표(비상대책위원장·권한대행 등 제외) 임기를 분석한 결과, 한 대표의 임기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출범한 정식 지도부 가운데 가장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먼저 새누리당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에서는 홍준표 초대 대표가 2017년 7월 3일부터 2018년 6월 14일까지 347일을, 황교안 대표가 2019년 2월 27일부터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꾼 2020년 4월 15일까지 414일 당 대표를 수행했다.
이어 지금의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2021년 6월 11일 초대 대표로 선출된 뒤 2022년 7월 8일 당 대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393일을 당권을 잡았다. 김기현 대표는 2023년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뽑힌 뒤 2023년 12월 13일까지 281일의 임기를 끝으로 물러났다.마지막으로 2024년 7월 23일 당 대표로 선출된 한동훈 대표는 이날인 2024년 12월 16일까지 147일 만에 임기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다. 한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출범한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 정식 지도부 중에서 최단명 한 당 대표로 기록됐다.
유독 윤 대통령 취임 기간 당 대표의 임기가 짧은 양상도 포착된다. 이런 흐름에 대해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를 오래 한 대통령이면 당 대표가 자기 사람이 아니더라도 당내에 세력이 있기 때문에 당 대표를 얼마든지 견제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은 이 반대의 경우로, 세력화를 위해 당 대표를 갈아치운 것이다. 또 윤 대통령처럼 그립감(장악력)이 센 대통령 아래에서는 당 대표가 오래갈 수가 없다"고 했다.
대선까지 순항하나 했더니…또 덮친 '단명의 저주'
2023년 12월 26일 국민의힘 '구원 투수' 격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한 대표는 올해 4·10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후 약 석 달 만에 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 62.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한 대표가 2027년으로 예정됐던 차기 대선까지 순항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그러나 그와 동시에 여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우려 중 하나는 '한 대표의 등판이 너무 빠르지 않냐'는 것이었다. 보수 진영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한 대표가 가진 소구력이나 긍정적인 이미지가 당 대표 임기를 수행하면서 일찍 소모되지 않겠냐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 출마설이 나돌 때는 "2026년 6월 열릴 지방선거를 앞두고 복귀하는 게 낫다"는 식의 말들이 많았다.
한 대표도 전당대회 출마 선언 당시 "죽기 딱 좋은, 위험하기만 한 자리라고들 한다"며 주변의 말을 옮겼다. 결국 한 대표 주변의 이런 우려는 현실화했다. 임기 내내 親윤석열(친윤)계의 거센 비토에 부닥쳤고, 결국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이라는 결정타로 대표직에서 사실상 쫓겨나게 됐다. 한 대표도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에서 쫓겨나는"이라고 표현했다.보수 진영에서 유일하게 '정치 팬덤'을 가진 한 대표는 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빠져나가는 길에 지지자들과 만나 "여러분, 저를 지키려고 하지 말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목을 놓고 윤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의 행동이라는 해석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