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우체통, 재활용 창구 '변신'…"다 쓴 커피캡슐도 받아요"

에코 우체통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우체통을 청소하는 모습. 한경DB
우체통이 40년 만에 모습을 바꿔 폐의약품 회수나 자원 재활용의 창구로 기능을 확장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투함구가 2개인 새로운 형태의 ‘에코 우체통’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서울 종로구와 강남구 전역, 총괄 우체국 22곳 등에 90여 개를 우선 설치하고 추후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

40년 만에 새로워진 우체통

새 우체통은 우편물, 폐의약품, 다 쓴 커피 캡슐 등 회수 물품을 넣는 투함구를 2개로 분리했다. 회수 물품에서 나올 수 있는 오염물질이 우편물과 섞일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편물을 넣는 곳은 우체국 2호(27×18×15cm) 상자가 들어갈 정도로 크기를 키워 작은 소포도 넣을 수 있도록 했다.1984년부터 써온 지금의 우체통은 얇은 봉투 정도만 투입할 수 있다. 1994~2010년 투함구가 2개인 우체통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배송 지역에 따라 분리한 형태였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국민의 우편 이용 편의를 높이고 자원 순환형 우편 서비스가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우체통에도 폐의약품, 커피 캡슐 등 회수 서비스 대상 물품을 넣을 수 있다. 다만 폐의약품은 봉투에 넣어 밀봉한 뒤 겉면에 ‘폐의약품’이라고 기재해야 하고, 커피 캡슐은 원두 찌꺼기를 분리해 알루미늄 캡슐만 전용 회수 봉투에 담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새 우체통의 투함구가 커지는 만큼 쓰레기 투기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우편법에 따르면 담배꽁초나 음료수 등을 넣어 우편물이 훼손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우체통의 대변신은 우편 이용률이 떨어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반면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은 계속 비싸지면서 정부의 우편 사업 적자는 내년에 2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편 사업 적자 규모는 지난해 1572억원에 이어 올해 1900억원으로 예측됐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이른바 페이퍼리스(paperless)가 보편화하면서 우편물을 주고받는 일은 갈수록 줄고 있다. 우편 물량은 2022년 25억6000만 통이던 것이 올해는 21억7000만 통으로 감소가 예상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요금 인상 등의 방법 외에도 대형 온라인 쇼핑몰과의 제휴 확대, 우편물 온·오프라인 접수 채널 다양화 등을 통해 적자를 감축해나간다는 계획이다.

500년 역사 英 로열메일은 매각되기도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해외 우편서비스도 경영 악화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우편 수거 배달업체 로열메일의 모회사 인터내셔널디스트리뷰션서비스를 체코 억만장자 다니엘 크레틴스키에게 36억 파운드(약 6조5000억원)에 매각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로열메일은 2013년 민영화된 데 이어 이번에는 500년 넘는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소유가 됐다.

로열메일의 역사는 헨리 8세가 우정국장 직을 신설한 15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편지 발송량은 2011년의 절반 수준이며 택배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