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역대급 과징금 나올까…고심하는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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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레이스·씨티 무차입 공매도금융위원회가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에 대한 처벌 수위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써 낸 원안대로 과징금 규모를 확정한다면 공매도 제한을 위반한 회사에 부과한 과징금 액수 중 역대 최대다. 하지만 과징금 액수를 낮춰야 한다는 게 금융위 내 중론이어서 처벌 수위가 크게 내릴 전망이다. 앞서 금융회사들이 당국 결정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한 점도 금융위로선 부담이다.
18일 증선위서 결론
금감원 총 900억원 과징금 책정
금융위 증선위 "수위 과해…감경할 것"
17일 금융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오는 18일 회의를 열고 글로벌 IB인 바클레이스와 씨티의 불법 공매도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지난 4일에 이은 두 번째 논의로 증선위는 이날 결론을 내놓을 방침이다.금융위 관계자는 "오는 18일 증권사 랩·신탁 불법거래 혐의 관련 제재안도 함께 논의할 예정으로 두 안건 모두 결론 내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이번 증선위 회의에선 먼저 글로벌 IB들의 불법 공매도 제재 수위를 확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를 한 바클레이스와 씨티 두 곳을 적발, 각각 과징금 최대 700억원, 200억원을 부과했다. 공매도란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내린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 갚는 투자 기법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공매도할 주식을 확보한 상태에서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경우 금감원이 책정한 과징금 약 700억원이 그대로 인정되면 단일 IB에 부과한 역대 최대 금액이 된다. 하지만 금액은 큰 폭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이 과징금을 과도하게 책정했다"는 컨센서스(의견 일치)가 형성돼서다. 실제 증선위 최종 결정 전 자문기구인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에서도 만장일치로 '(금감원 원안에서) 감경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 최근 증선위 측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이미 지난 4일 한 차례 증선위에서 이 안건을 논의한 증선위원들의 의견도 감경 쪽으로 모아졌다. 당국 한 관계자는 "(두 기업 총 과징금) 900억원은 말이 안 되는 액수"라며 "징계는 잘못한 정도에 비례해서 받아야 맞는데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과한 조치라는 데는 자조심과 증선위 위원들 모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도 "금감원이 산식에 따라 산출하는 과징금 규모가 일반적으로 기관들의 잘못 대비 지나치게 과도하게 산출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도 그 수준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감경할 예정으로 크게 깎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식에 입각해 과징금을 산정하는 금감원과 달리 금융위의 증선위에는 재량권이 주어진다. 과징금 감면, 가중 사유가 있다고 보면 재량권을 활용해 깎거나 더 부과할 수 있다. 그 비율을 얼만큼으로 할 것인지도 증선위 재량에 맡겨두고 있다.
증선위는 최종 의사결정 기관인 만큼 신중론을 우선하는 편이다. 제재는 회사 입장에선 침익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는 선에서 여러 제반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7월에도 옛 크레디트스위스(현 UBS) 소속 계열사 두 곳에 272억원 규모 과징금을 확정했다. 역대 최대이지만 금감원이 사전 통지한 500억원 대비로는 약 50%를 감면한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증선위는 금감원 통지 과징금 대비 최대 80%까지 과징금을 감경한 바 있다. 이번의 경우에도 증선위는 낮지 않은 감경률을 적용할 예정이다.증선위가 감경폭을 두고 고심 중인 배경에는 잇단 패소에 따른 부담도 있다. 최근 글로벌 IB들이 당국의 과징금에 불복해 소송에 나서고 있어서다.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 공매도 위법 행위 성립 기준, 고의성 판단 기준 등을 두고 재판부와 당국 간, 또 금융감독당국과 금융정책당국 간에도 이견이 조금씩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법원은 올 들어서만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 두 건에 대해 글로벌 IB의 손을 들어줬다. 기존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들이 나온 것이다.
다만 당국은 잇단 패소가 과징금 수위를 낮추는 주 요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대법원까지 두고봐야 하는 만큼 몇몇 사안들의 최종 결론이 나는 내년 들어서는 (재판부의 판단을) 감안할 수 있겠지만 이전까지는 기존 원칙에 입각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