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온 3℃ 상승 현실화...국내 기업도 위험 분석 시급

지구 평균기온이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기후로 인한 물리적 위험을 정교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정밀도가 떨어지는 해외 자료를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하고 있다. 물리적 위험 측정과 관련한 국내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경ESG] 이슈
어두운 회색 하늘 위로 밤에 도시를 강타하는 강력한 섬광. 강한 번개가 땅을 강타하여 주변 산업 지역을 비추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구의 평균기온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선인이 탈파리기후변화협약 정책 등을 확대할 경우 3℃ 상승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이러한 기후변화는 단순히 날씨가 더워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해수면 상승, 극단적 기상현상, 생태계 파괴 등 다양한 물리적 위험을 동반한다. 이 같은 물리적 위험은 산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전환 위험보다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전환 위험은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과 규제로 인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탄소세, 친환경 기술 도입 비용, 에너지 효율화 투자 등이 이에 포함된다. 반면 물리적 위험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직접적 피해를 뜻한다. 이는 홍수, 폭염, 태풍 같은 재난이 기업의 자산과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한다.

지구 기온 2.9℃ 상승 66% 확률, 물리적 위험 고려해야전환 위험과 물리적 위험은 상호 보완적이지만, 상충 관계에 있다. 전환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이 부족할수록 물리적 위험은 증가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3년 ‘탄소배출량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각국이 파리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이 2.9℃ 상승할 가능성이 66%에 이른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물리적 위험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대표 사례로 2022년 포스코 공장을 강타한 대규모 홍수를 들 수 있다. 이 사건은 물리적 위험이 기업 운영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포스코는 생산 중단과 판매 감소, 복구 비용 등으로 약 1조3400억 원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한전경영연구원은 2024년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이 물리적 위험으로 매출액이 최대 39% 감소하고 비용은 63%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경영자는 물리적 위험을 측정하고 이를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2024년 4월에 발표한 한국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의 ‘기후 관련 공시(IFRS S2)’는 기업에 물리적 위험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향후 KSSB의 IFRS S2가 의무 공시된다면 물리적 위험 측정은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규제 준수를 넘어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물리적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첫째, 특정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이를 데이터로 정리해야 한다. 과거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별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는 과정이다. 둘째, 앞서 예측한 재해 발생률을 계산한다. 기후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확률을 정량화한다. 셋째, 기업이 보유한 자산이 앞선 측정한 자연재해 및 발생률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를 분석해 예상 피해액을 산출한다. 기업의 시설, 장비, 재고 등이 자연재해에 얼마나 취약한지 정밀하게 평가하는 작업이다.

위험 분석 정교화되나 막대한 자원 요구

현재 이러한 물리적 위험 분석 방법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위성 데이터, 기상 시뮬레이션, 빅데이터 분석 같은 정교한 기술이 지역별 위험 요소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특히 데이터와 기술의 융합은 기업들이 물리적 위험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모델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의 자연재해 가능성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요구되며, 특히 국내 기업은 관련 데이터와 분석 도구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기업이 글로벌 평가기관에 의존해 데이터를 구매하고 분석 서비스를 받는 상황이다. 글로벌 평가기관은 물리적 위험을 측정하고, 이를 보고서 형태로 제공하며, 이에 대한 서비스 비용은 연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물리적 위험의 측정에 대해 개별 기업에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기업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평가기관의 데이터를 구입하는 것은 비용적 문제뿐 아니라 정확도 문제도 있다. 물리적 위험은 지역별로 세밀하게 측정해야 하는데, 글로벌 데이터의 경우 지역별 세부 데이터가 부족해 정확도가 국내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에 비해 낮은 경우가 많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국내 지역의 물리적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 글로벌 평가기관의 데이터보다 더 세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고 응용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과 자원이 필요하다. 기상청의 데이터베이스는 물리적 위험 측정을 위해 설계된 편리한 데이터가 아니기에 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 또 기상청의 데이터는 재해 수준만을 보여주기에 재해에 따른 기업의 피해액을 화폐가치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하고 계산해야 한다.

글로벌 DB 정밀성 낮아, 국가 차원 대비 필요

지금처럼 기업에 물리적 위험을 측정하도록 요구한다면 기업들은 해외 데이터베이스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2024년 3월 8일 지자체 정책 수립에 기후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법안인 ‘지방 기후 위기 적응대책 수립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됐다. 이 법안을 실행하기 위해 지자체도 물리적 위험을 측정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지자체가 물리적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 수천만 원 드는 글로벌 평가기관의 데이터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국내 정책 집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글로벌 기관에 의존하게 되는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물리적 위험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신뢰할 수 있는 물리적 위험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기업들은 이를 바탕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경영 안정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위험은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라 기업 생존의 핵심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체계적인 위험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 기업들은 물리적 위험에 대한 분석 역량을 자체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 위험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 적극적인 대응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정준희 대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