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사는 곳?…한국과 다른 '놀라운 현실'

[기업형 임대주택 2.0 시대-②]
미국 역세권, 직주근접지에는 '중산층 임대주택'이 있다

美선 다양한 수요층 겨냥…저소득 위주 韓과 달라
캘리포니아주, 전문직 '워크포스 하우징’ 공급
뉴욕은 교통요지에 중산층 임대주택 운영

규제 완화·집값 상승에 한국도 시장 커질 듯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의 한 워크포스하우징
임대주택의 사전적 의미는 ‘타인의 소유로 된 주택을 일정한 대가(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주택’이다. 소유주가 아닌 사람이 임대차 계약을 맺고 거주하면 모두 임대주택으로 분류할 수 있다. 국내 자가 보유율(60% 내외)을 감안하면 10채 중 4채는 임대주택인 셈이다.

미국에선 집을 사지 않고 임대로 거주하고자 하는 수요를 겨냥한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 시장이 형성돼 있다. 중산층 및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 시장이 활발한 게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특징으로 꼽힌다. 하버드대 주택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중산층(중위소득의 3분의 2에서 2배 사이)의 임대주택 거주 비율은 41%에 달한다.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등 도심에 많이 공급되는 ‘워크포스 하우징’은 교사, 경찰, 소방관, 의료진 등 필수 서비스 업종 종사자를 위해 설계된 주택이다. 직장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지역 내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중위소득의 80~120% 소득을 가진 가구가 입주할 수 있다. 뉴욕시의 ‘미첼-라마 프로그램(Mitchell-Lama)’은 대표적인 중산층 임대주택 모델로 꼽힌다. 뉴욕시 중심지나 교통 요지에 위치한 경우가 많고 상대적으로 품질이 높고 임대료가 낮아 선호도가 높다.

미국 중산층 임대주택의 성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궤를 같이한다. 신규 주택을 개발할 때 일정 비율을 중산층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주택기금에서도 보조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워싱턴 DC의 용도지역제(Inclusionary zoning) 프로그램은 중위소득의 50~80%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규정돼 있고, 뉴욕에선 중산층 임대료를 시세보다 20~30% 저렴하게 책정하도록 유도한다.

과거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로 저소득층에 공급하던 국내 임대주택시장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서울시가 중산층 신혼부부도 입주할 수 있도록 소득 기준을 대폭 완화한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이 대표적이다. 올해 공급을 시작했다. 정부도 리츠(REITs)를 활용해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중산층 장기임대주택을 시행하기로 했다.민간 영역에선 수요층이 탄탄한 중산층 이상 시니어 임대시장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국내 최대 디벨로퍼인 엠디엠그룹, 세계 7위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 등 내로라하는 시행사와 투자자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기업형 주택임대관리회사인 GH파트너즈는 미국 시니어 리빙 전문기업 스라이브(THRIVE)와 ‘액티브시니어’를 위한 주택 운영 플랫폼을 만들고 조만간 ‘미국형 시니어 주거 서비스’를 들여오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개인 임대인에 대한 불신, 정부의 기업형 임대인 규제 완화가 맞물려 한국의 중산층 임대시장이 커질 것으로 분석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