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에너지 공룡 기업, 한국 시장 공략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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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에너지 공룡 기업들이 한국 전기차·풍력·배터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가격 경쟁력, 기술 우위 등을 앞세워 에너지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과 협력해 소매 판매도 시작한다. 국내 산업생태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한경ESG] ESG NowBYD, 밍양에너지, CATL 등 중국 친환경 기술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배터리와 전기차, 풍력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국내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세계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인 중국의 BYD가 한국 승용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12월 17일 삼천리그룹은 관계사 삼천리EV를 통해 BYD코리아와 공식 딜러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전기차 시장에 BYD의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삼천리EV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BYD 전시장과 서비스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 목동, 인천 송도, 경기 안양 등에 신차 전시장을 개설하며, 사고 수리까지 가능한 종합 서비스 센터(풀 숍)도 운영한다.
BYD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누적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전기차 강자다. 그동안 한국 상용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BYD는 이번에 승용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삼천리그룹과 손잡았다. 손원현 삼천리EV 사장은 “BYD 전기차는 배터리 효율과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라며 “전문적 A/S와 맞춤형 컨설팅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밍양에너지, 유니슨과 협력…해상풍력 시장 진입
중국 풍력터빈 제조사 밍양에너지도 한국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한다. 유니슨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아직 국내 기업이 보유하지 못한 15MW급 풍력터빈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
지난 12월 17일, 풍력업계에 따르면 밍양과 유니슨이 설립한 합작법인 ‘유니슨·밍양에너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는 즉시 경남 사천에 터빈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약 1500억 원이 투입되며,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밍양은 풍력발전 핵심 기술인 15MW급 터빈 설계도를 제공하되 기술 사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지식재산권(IP)은 유지하기로 했다.밍양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인 18MW 터빈을 상용화했으며, 20MW 터빈 개발도 완료한 상태다. 박원서 유니슨 대표는 “기술 이전을 꺼리던 중국이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며 “2028년까지 중국 기술을 배운 뒤 내재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밍양이 기술을 제공하면서도 한국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밍양이 유니슨과 손잡은 것은 한국 정부의 풍력발전 입찰을 따내기 위한 전략적 행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풍력발전 사업자를 선정할 때 공급가격뿐 아니라 경제 안보와 국내 공급망 기여도 비중을 크게 높였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 40% 저렴한’ 중국 기업의 시장 독식을 막겠다는 취지다.그러나 밍양은 유니슨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이러한 진입 규제를 사실상 우회했다. 유니슨이 합작법인에서 더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고, 터빈 생산도 국내에서 진행하는 만큼 경제 안보와 공급망 기여도 평가에서 국내 기업과 동일한 점수를 받을 수 있어서다.
이 외에도 밍양은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한국 풍력 시장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됐다. 공급 과잉 상태인 중국 시장과 달리 한국에서는 향후 2년간 약 7~8GW 규모의 해상풍력 입찰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이는 원전 8기에 맞먹는 규모로 사업비만 50조 원에 달한다. 정부의 ‘2030년까지 국내 해상풍력 14.3GW 확충’ 계획에 따라 사업비는 100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터빈은 전체 사업비의 35%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대형 풍력발전용 터빈을 제대로 생산하는 기업이 없어 정부가 주관하는 사업에서도 중국, 덴마크, 독일 업체들이 잇따라 사업권을 가져갔다. 업계 관계자는 “밍양의 이번 합작은 이러한 국내 터빈 시장의 공백을 파고드는 동시에 한국 정부의 새로운 입찰 조건에 부합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CATL, 한국 법인 설립…배터리 시장 공략 가속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인 중국 CATL도 지난 9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식으로 한국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CATL은 그동안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기술 지원 역할을 해왔지만, 법인 설립을 통해 본격적인 비즈니스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CATL이 국내 사무소를 개소하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을 앞세워 국내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안전성이 뛰어나고 가격이 30% 이상 저렴해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채택이 늘고 있다.
CATL의 한국 진출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글로벌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국내 생산 거점 확보나 협력을 통해 유럽 및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CATL은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이나 ESS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할 여지가 크다”며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를 주요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중국 배터리 관련 기업도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도지능, 항커커지, 리릭로봇 등 배터리 장비 기업들은 이미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국내 기업과 합작사를 세우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