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업 지정감사인 선택권 논의 보류키로…"데이터 확보 필요"

금융감독원이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지정받을 때 기업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지정감사인 선택권 논의 검토를 보류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중견·중소 회계법인에 대해 부쩍 강조하고 있는 통합관리(원펌)체계에 대해선 지속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17일 금감원은 기업과 회계법인 대상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금감원이 기업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관련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듣고 향후 감독방향 등을 설명하기 위해 열렸다. 금감원은 이날 지정감사제 관련해 그간 기업들이 요구해온 지정감사인 선택제는 검토를 유보한다고 밝혔다. 지정감사인 선택 제도는 당국이 기업에 외부감사인을 지정할 때 현행대로 회계법인 한 곳을 찍어주는 게 아니라 두 개 이상의 회계법인을 내밀어 기업이 선택하게 하는 제도다. 기업에 선택권이 생기는 만큼 현행 제도에 비해 기업의 감사 보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금감원은 "주기적 지정제의 정책효과 분석 데이터가 아직 충분치 않아 당분간 제도의 큰 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지정감사인 선택권 확대는 제도 분석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는 시점까지 검토를 유보한다"고 했다.

앞서 당국이 발표한 지배구조 우수기업의 주기적 지정 유예 관련 구체적 방안, 지정감사인과 기업간 감사시간 합의과정 내실화, 지정감사인 산업전문성 강화 등은 기업·회계법인·금융위·금감원 등이 논의해 추진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중소·중견회계법인들의 건의사항이 몰린 통합관리체계(원펌체계)를 놓고는 "통합관리체계가 확고히 자리잡도록 규율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통합관리체계는 회계법인이 자금·인사 등 경영 전반의 관리체계를 하나로 아울러 관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한 회계법인 내에 외부감사 담당 팀 다섯 개가 있다면 이들 팀의 수임 영업 결과와 보수 배분 등을 통합 운용하는 식이다.

국내 회계법인은 '빅4(삼일 삼정 한영 안진)'를 제외한 대부분이 회계사 개인이나 팀 단위로 수익 등을 관리하는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같은 방식이 회계법인으로 하여금 감사품질보다도 영업을 중시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간 중견·중소회계법인들은 통합관리체계의 기준이 명확치 않고, 일부 평가 항목의 부담이 과중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도는 감사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관리하는 회계법인에만 상장법인 감사를 허용한 것"이라며 "감사인의 경영 전반에 통합관리체계를 갖추기 위해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등록요건 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선 관련 미흡사례 등을 안내하겠다"며 "등록요건 유지의무 위반에 대한 조치 차등화, 수시보고 항목 정비 등 제도개선 건의사항에 대해선 금융위와 함께 개선방안을 논의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