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치 생활비 미리 바꿨어요"…환전소 몰리는 유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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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너무 올라 못나가요"…해외여행객·유학생 '비명'‘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치솟은 환율로 인해 해외 유학생과 여행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달러당 14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아서다. 환율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 보낸 돈으로 생활하는 일부 해외 유학생은 휴학까지 고민하는 처지다.
연말 여행가 초토화 위기
외국인 "韓 불안" 방문 줄취소
내국인은 여행 미루거나 포기
유학생 "휴학·학업 중단 고민"
17일 중국의 한국인 비자 면제 조치 이후 중국 패키지 여행상품을 많이 판 A사 관계자는 “이미 비용을 받은 여행은 소화 중이지만, 연말 출발 상품부터는 신규 예약이 끊기다시피 했다”고 했다.일부 여행사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인 단체여행을 주로 취급하는 B여행사에는 이달 들어 중국인 단체여행 줄취소와 동시에 신규 여행 판매도 멈췄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10월 북한 오물풍선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는데, 계엄 이후 이마저도 끊기다시피 했다”며 “언제 회복될지 기약이 없는 게 고민”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이후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400원, 한때 1440원을 넘어섰고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이후에도 1430원을 웃돌고 있다. 개인 여행객이 주로 찾는 유럽 여행 커뮤니티 유랑에는 ‘연말 영국에 갈 예정인데 파운드화가 폭등해 환전을 못 하겠다’ ‘중국행 왕복 비행기값이 하루 사이 70만원에서 90만원으로 올랐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환율이 갑작스레 뛰면서 해외 유학생들도 고통받고 있다. 미국의 한 사립대 재학생 양모 씨(25)는 “한 해 1억원가량을 받는데 다음 학기 등록금 부담이 늘었다”며 “원·달러 환율이 20원만 올라도 타격이 크다”고 했다. 미국 뉴욕에서 로스쿨에 다니는 이모 씨(24)는 “계엄 사태 이후 생활비 걱정이 커졌는데, 국내 정치 때문에 휴학을 고민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반대로 국내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원화가치 하락을 이용해 생활비 등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환전소와 은행에 몰리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는 중국인 장모 씨(25)는 “넉 달 치 생활비를 미리 바꿨다”며 “주변에 다음 학기 등록금 350만원을 미리 마련해둔 친구도 여럿”이라고 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국내 변수가 해소돼 조만간 환율이 진정될 것”이라며 “환 헤지를 할 수 없는 개인은 환율 이슈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혜인/김다빈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