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이 4300만원 됐다"…2차전지 쓸어담은 개미들 '비명'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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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비엠, 52주 최저가…11만원대로 밀려
전기차 캐즘·보조금 축소 우려에 주가 내리막길
국내 양극재, 중국에 가격 경쟁력 밀려
전문가 "LFP 양극재 생산 전까지 프리미엄 기대 어려워"
17일 에코프로비엠은 전날보다 1만원(7.80%) 급락한 11만8200원에 마감해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이튿날인 18일 나흘 만에 반등에 나섰지만 반등이 강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날 오전 9시33분 현재 에코프로비엠은 전일 대비 1500원(1.27%) 오른 11만9700원에 거래 중이다.전날 종가는 지난해 7월26일 장중 기록한 사상 최고가 58만4000원과 비교하면 79.76% 폭락, 5분의 1 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52주 최고가가 지난해 12월 기록한 33만5000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64.72% 급락한 셈이다.
한때 45조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은 11조5601억원(17일 기준)으로 급감했다. '코스닥 대장주' 지위도 한참 전에 잃었다. 에코프로비엠은 작년 9월4일 모회사 에코프로를 밀어내고, 코스닥 시총 1위에 올랐지만 1년도 안 돼 대장주 자리를 알테오젠(16조756억원)에 내줬다. 최근 1년(2023년 12월15일~2024년 12월17일)간 알테오젠이 334.44% 급등할 때, 에코프로비엠은 63.06% 하락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한 탓에 개인 투자자의 손실은 불어나고 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보유한 8만4790명(16일 기준)의 평균 손실률은 43.15%에 달한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4300만원 이상 손실을 낸 셈이다. 손실 투자자 비율도 전체의 95.41%에 육박한다. 6월 말 58만3349명이었던 에코프로비엠의 소액주주는 3개월 새 55만8723명으로 3만명 이상 줄었다.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생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GM은 지난 6월 올해 전기차 생산량 목표를 기존에 발표한 20만∼30만대에서 20만∼25만대로 하향 조정했으며,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도 내년 1월 5일까지 이탈리아 토리노의 전기차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재입성한 점도 배터리 업체엔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최대 7500달러(약 1070만원)에 이르는 전기차 세금 공제 혜택을 폐지(eliminating)할 예정이다. 아울러 로이터는 2차전지 소재에 관세를 부과한 뒤 국가별로 협상할 것이라 보도했다. 배터리 소재의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에코프로비엠의 4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122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간 영업손실은 397억원으로 적자 전환할 전망이다. 내년엔 1061억원을 벌어들이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2023년(1560억원)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부진은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 말 126.7%였던 부채비율(연결 기준)은 172.7%로 50%포인트가량 높아졌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67%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순차입금비율(순차입부채를 총자본으로 나눈 비율)도 107.7%로 집계됐다.
국내 양극재 반등 조건에 대해 이 연구원은 "고전압 미드니켈(Mid-Ni) 양극재 수요가 확대되거나 국내 양극재 업체의 LFP 양극재 양산이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그동안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인정받던 프리미엄을 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에코프로비엠은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7일 장 마감 후 에코프로비엠이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 이사회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열고 코스피 이전 상장을 의결한 후 이를 추진해왔다. 내년 1분기 중 이전 상장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