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이번엔 다를 것"…조기 대선 출마 시사?

홍준표 "朴 탄핵 대선·지선 국민 속였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조기 대선 출마 시사?
홍준표 대구시장이 26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선8기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보수 진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18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제19대 대선과 제7회 지방선거 패배를 언급하면서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출마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벌써부터 민주당이 나를 '문재인 정권 때 대선, 지선 패배한 투수였다'고, '패전처리 투수'라고 흠집 내기 시작했다"며 "그 말 맞다. 그런데 박근혜 탄핵 대선 때는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당 재건이 목적이었으니 패전이 아니라 오히려 '승리투수'가 된 것이고, 지방선거 때는 트럼프까지 가세한 위장 평화 지선이었으니 이길 방법이 없던 선거였다"고 했다.홍 시장은 "그 두 선거(대선, 지선)는 모두 거짓과 선동으로 국민들을 속인 선거 아니었냐"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국민들이 이미 두 번이나 속아봤기 때문에 세 번은 속지 않을 것이다. 설마 국민들이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냐"고 덧붙였다.
/ 사진=뉴스1
홍 시장의 이날 글을 두고선 두 개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 때와 달리 이번 조기 대선은 보수 진영이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홍 시장이 에둘러 조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는 해석이다. 홍 시장의 궁극적인 목표가 대통령이라는 것은 자명하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직을 내주고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2022년 3월 기자회견에서도 "천하경영의 포부를 대구 시정에서 먼저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역시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었다. 그동안 홍 시장이 한동훈 전 대표를 강하게 비토한 배경에는 가장 유력한 경쟁자 제거라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종종 제기돼 왔다.홍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의 내란죄 성립은 어렵고 직권남용죄 적용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직권남용죄는 탄핵 사유는 된다"고 조기 대선 개최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았다.
홍 시장, 한동훈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 사진=뉴스1, 한경DB(오 시장)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는 한 전 대표, 홍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3강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세 후보 모두 탄핵 후폭풍이라는 암초를 발 앞에 두고 있어 뚜렷한 1강은 좀처럼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먼저 한 전 대표는 탄핵 반대 당론에 반해 찬성을 주장, 당 대표에서 사실상 쫓겨나면서 당내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반면 홍 시장은 탄핵에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보수층 결집에 나섰으나, 탄핵 대선을 헤쳐 나가기엔 중도 확장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오 시장은 탄핵 반대 입장에서 막판에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색채 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게 약점으로 거론된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언제든 당에서 출마 요구를 받을 수 있는 인사다.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일인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이뤄진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48%의 압도적 우위에 이어 보수 진영에서는 한 전 대표 8.0%, 홍 시장 7.0%, 오 시장 5.7% 순으로 나타났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5.7%였다. 원 전 장관은 4.8%,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4.0%,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2.8% 순이었다.

해당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ARS(휴대전화 100% RDD)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응답률은 4.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