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내려면 회사다녀야지" 육아휴직자 수, 사상 첫 감소

통계청, 2023년 육아휴직통계 결과(잠정)

육아휴직 확대 이끌던 대기업·남성에서 크게 줄어

출생아 수 줄어든 영향…"육휴 쓸 사람도 없다"
고물가·고금리에 '휴직 대신 월급' 분석도
서울 목동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최혁 기자
지난해 육아휴직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출생아 수가 줄면서 육아휴직을 할 부모도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해 직장인들이 고물가·고금리 상황에 시달리면서 육아휴직 포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은 1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육아휴직통계 결과(잠정)’를 발표했다.작년 육아휴직자 수는 19만5986명으로 집계돼 전년(20만2093명) 대비 3.0% 감소했다. 육아휴직자 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201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이다.

성별로 보면 그 동안 꾸준히 증가하던 남성 육휴자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꺾였다. 작년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5만455명으로 작년(5만4565명)보다 7.6% 감소했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여성도 지난해 14만5531명으로 1년 전(14만7528명)보다 소폭 감소했다. 여성 육아휴직자 수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2017년과 202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통계청 제공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의 육아휴직 사정이 나빠졌다. 직원 300명 이상인 기업의 작년 육아휴직자 수는 12만97명으로 전년(12만7509명) 대비 5.9% 감소했다. 다른 기업규모에선 육휴자 수가 1년 전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육아휴직자 수는 줄었지만, 육아휴직 사용률은 되레 높아졌다. 2023년 출생아 부모의 2023년 육아휴직 사용률은 32.9%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상승했다. 성별로 봐도 여성(73.2%)과 남성(7.4%) 모두 사용률이 올랐다.

출생아 수가 줄면서 육아휴직을 할 모집단 자체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육아휴직 대상인 8세 이하 아동 수는 2022년 311만5615명에서 지난해 291만277명으로 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도 2022년 24만9186명에서 지난해 23만28명으로 7.7%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육아휴직은 일반적으로 자녀가 태어나자마자(0세) 하는 경우가 많은데, 출생아가 줄다보니 육아휴직자도 덩달아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육아휴직을 하고 싶어도 고물가와 고금리를 버티느라 직장을 떠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월 5.0%로 시작해 그해 7월 2.4%까지 내렸다 다시 10월 3.8%로 반등했다. 한국은행도 물가를 잡기 위해 작년 1월 기준금리를 3.50%로 높인 다음 지난 10월까지 이 수준을 유지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직장인들로선 육아휴직 대신 월급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