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 틀어도 될까요?"…본격 한파에 전기차 오너들 '속앓이'

추위에 취약한 전기차
주행가능거리 평소보다 뚝
기사와 사진은 무관합니다.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서 전기차들이 충전 중이다. 연합뉴스
"충전 한 번 더 하면 됩니다."

본격적인 겨울 한파 소식에 전기차를 운전하는 A씨는 푸념 섞어 이 같이 했다. 히터가 전기차 전비를 떨어뜨리는 줄은 알지만, 히터를 안 틀 수는 없으니 충전을 더 자주 하겠단 얘기다. 그는 "겨울이 되자 뚝 떨어지는 주행거리를 보니 놀랍다"고 말했다.

"히터 몇 도로 트는 게 좋을까요?" 쏟아지는 고민

19일 업계에 따르면 A씨와 비슷한 고민을 내놓는 전기차 소유주들이 최근 늘어났다. 연일 한파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자 전기차 소유주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름에 비해 겨울에 눈에 띄게 주행거리가 줄어들어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히터를 몇 도로 조정하는 것이 전비에 효율적이냐"는 질문도 종종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까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예보됐다. 중북부 지역은 한파특보가 내려졌고, 전북과 동해안 지역에는 폭설도 예상된다.

겨울 한파가 닥치면 전기차 소유주들 고민이 깊어진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유독 추위에 약하기 때문. 올해 초에는 미국 중북부 지역을 덮친 '북극 한파' 탓에 충전하러 온 전기차들이 방전되며 충전소에 방치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전기차가 추위에 약한 것은 액체 전해질로 구성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의 특성상 기온이 떨어질수록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는 상온 대비 20~30% 감소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평소 주행거리가 500㎞라면 겨울에는 400㎞ 내외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가 뚝 떨어지는 요인 중 하나로 '히터'가 꼽힌다. 전기차는 모터로 구동되기 때문에 히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별도 에너지를 사용해 공기를 가열해야 한다. 엔진의 폐열을 이용해 히터를 작동할 수 있는 내연기관차와는 다르다. 히터 가동에 에너지를 사용하므로 전기차 주행거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과 기사는 무관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추위에 약한 LFP 배터리...왜?

특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더욱 추위에 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고온에서는 안정적 성능을 발휘하지만, 추위에 약해 겨울철 성능 저하가 더 크다고도 알려졌다.

보급형 전기차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올 한해 국내에서도 많이 팔렸다. 테슬라의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이 대표적이다. 기아 레이도 LFP 배터리가 탑재됐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중국산 전기차는 대부분 LFP 배터리를 채택했다. 이 때문에 올 겨울 한파가 LFP 배터리를 단 전기차의 시험 무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겨울철 전기차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우선 배터리 효율을 지키기 위해 온도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첫 손에 꼽힌다. 실외보다는 실내에 주차하는 게 좋고, 충전할 때도 실내에 설치된 충전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또 히터보다는 열선 시트나 핸들 열선을 켜는 것이 에너지 효율에 좋다. 전기차를 타고 겨울 장거리 주행에 나설 경우 미리 충전소 위치와 충전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