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을 어떻게 잊어요"…가격 10배 뛴 '탄핵 에디션'

사진=당근마켓 갈무리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일대에서 열린 탄핵 집회에 다녀온 박지환(29) 씨는 ‘호외’라는 말을 듣자마자 신문을 챙겼다. 호외 신문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한 일종의 ‘굿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시간이 지나도 이때의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이 되겠다 싶었다”면서 “또래들 사이에선 역사적 순간에 참여했다는 의미에서 탄핵 피켓, 응원봉 등과 함께 ‘탄핵 굿즈’를 인증하는 문화가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19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등에 따르면 호외 신문, 응원봉 등 일종의 ‘탄핵 굿즈’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호외 신문 에디션’, ‘12월 14일 호외 신문’ 등 거래 물품은 정가의 5~10배에 달하는 수천원~수만원대에 거래되는가 하면 또 다른 탄핵 굿즈인 응원봉도 1만~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응원봉을 소지하고 있던 20~30대 청년들은 자신들의 응원봉을 개조해 ‘탄핵 봉’을 만들고, SNS상에서 인증하는 등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국회의사당역 일대엔 호외 신문을 한 손에 든 시민들로 북적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지하철역 입구와 거리에 배포된 호외 신문을 집어들고 ‘시민이 이겼다’ ‘尹 대통령 탄핵, 직무정지’ ‘윤 대통령 탄핵 가결’ 등 1면 헤드라인을 읽다가 수사 상황 등을 차례로 읽기도 했다.

통상 호외 신문은 정규 신문 발행일 또는 시간 외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때 제작돼왔다. 가장 최근 발행됐던 호외 신문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당시였다. 이후엔 좀처럼 호외 신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호외 신문이 다수 배포됐다.한시적으로 발행되는 호외 신문이 일종의 '특별판'으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20대 대학생 박 모 씨는 “인터넷 세상이라 호외가 크게 와닿지 않겠지만 역사적 사건이고 '시민의 승리'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소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0대 장 모 씨는 “오랜만에 보는 호외 신문에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대한민국의 위기를 투영한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역사적인 기록물을 보관하는 데 나아가 축제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물로 해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종이신문에 대한 관심이 적은 시대에 호외 신문이 동일한 가치로 뭉친 2030 젊은 세대의 가치소비 욕구를 자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