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김설현 "김희원 감독 '촌스럽게 생겼다' 말한 후…" [인터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이지영 역 배우 김설현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 김설현이 연기자 선배이자 연출자인 김희원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김설현이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인터뷰에서 "정말 많이 배웠고, 성장한 시간이었다"며 "많이 긴장하고 촬영장에 갔는데, 김희원 감독님은 함께 연기하고 고민해주시는 연출자였다"고 말했다.'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3년 '무빙'을 통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강풀 작가의 두 번째 각본 작품으로 제작 소식부터 큰 화제를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연출은 배우 김희원이 맡았다.

김설현은 연출자 김희원에 대해 "선배님이 감독님이라 더 긴장됐다"며 "하나하나 더 뜯어보실 거 같고, 뭔가 들킬 거 같고, 내가 다 드러나면 어쩌나 하고 긴장했던 거 같다"고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막상 촬영장에 가니 그런 점을 하나하나 보시고 짚어주셨다"며 "오히려 그래서 보완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이어 "연출자마다 연출 방식이 다른데, 감독님은 진짜 배우의 연기를 함께 고민해 주신다"며 "모든 캐릭터의 연기를 모두 다 해보신다. '내가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넌 어떠니' 이렇게 말해주신다. 배우들이 자기 연기에 만족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고, 연출하셔서 다들 만족하고, 저도 좋았다"고 치켜세웠다.

김설현은 KBS 2TV '내 딸 서영이'로 데뷔해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렸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안시성'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채웠고, 최근에는 ENA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를 통해 한층 더 깊어진 감정 연기로 호평을 받으며 세계 최대 웹 시리즈 시상식 'LA웹페스트 2023'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작품에서는 매일 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 이지영 역을 맡았다. '조명가게'와 비 오는 깜깜한 골목길을 배회하는 지영은 어떤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듯한 인물. 매일 마주치며 자신에게 말을 거는 현민(엄태구 분)에게 시간이 없다는 미스터리한 말을 하며 그를 의문스럽게 하는 지영은 거대한 캐리어를 끌고 현민을 따라나서면서 극의 호기심을 고조시킨다.김희원은 김설현의 캐스팅에 대해 "촌스럽게 생겨서, 이미지에 맞아서 발탁했다"고 말해 왔다.

김설현은 김희원 감독의 발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싶었다"며 "워낙 외모로 많은 평가를 받는 일을 해왔으니까, 제 생각과 다를지라도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겨왔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나중에 감독님이 오셔서 '내가 그렇게 말한 건' 하면서 설명해주셨다. 제가 상처받을까 봐 설명해주신 거 같다"며 "'이번 드라마로서 캐릭터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더 반짝반짝하고 화려한 거뿐 아니라 보편화된 사람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감사하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설현과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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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회까지 공개됐다. 어떻게 봤을까.저도 편집본을 보지 못했다. 어떻게 나올까 걱정도 많이 하고 기대도 많이 했는데, 배우들과 같이 봤는데 생각보다 더 재밌었다. 인터뷰도 있어서 '울지 말아야지' 했는데 참을 수 없었다. 고생했던 것들도 생각났다. 옴니버스 식이라 다른 배우들 촬영한 걸 보지 못했다. 제 드라마 보는 거 같지 않고 다른 선배님들 보는 거 같고 새로운 장면이 많아서 더 재밌게 본 거 같다.

▲ 어떤 부분들이 힘들었을까.

지영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거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었다. 어떤 장면이 힘들었다기보다 지영이가 장애도 있고, 뭔가 제한적인 것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지영이 현민을 살리기 위한 의지가 드러나선 안 됐다. 의지가 강한 캐릭터인데 그게 초반엔 나타나지 않다가 후반부에 확 나타나야 하는 데, 그런 균형을 잡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감정의 농도도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할까 싶더라. 지영이 우는 장면이 많은데, 그 정도를 설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특히 8회에 등장한 버스 장면은 여러 번 재촬영하고, 대사도 수정도 하면서 연기했다.

▲ 어려움을 예상했음에도 끌린 이유가 있었다면.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원작 보면서 너무 좋았고, 지영이라는 인물이 임팩트가 있어서 제가 잘 소화하기만 한다면 성장할 수 있을 거 같다.

▲ 잘 성장한 거 같나.

연기를 할 때 특히 그런데, 전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이 진짜라고 믿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적이 처음인데 '보라'고 주변에 말하지 않아도 '고생한 거 같다', '잘한 거 같다', '슬펐다' 이런 얘길 해주시는 걸 보면서 '내가 잘 소화하긴 했구나' 안도했다.

▲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다.

매일 제 이름, 제목을 검색하며 찾아봤다. (웃음) 항상 그런 편인데 이번엔 더 그랬다. 그래서 보람됐다. 제가 목표한 지점을 이룬 거 같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와서는 시청자들이 '울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슬프다'는 반응들이 나와 기분 좋았다. '잘한다', '설현 아닌 거 같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너무 기뻤다.

▲ 연출자가 배우 김희원이다. 선배로서, 연출자로서 어땠나.

더 긴장됐다. 하나하나 더 뜯어보실 거 같고, 뭔가 들킬 거 같고. 내가 다 드러나면 어쩌나 하고 긴장했던 거 같다. 그런데 그런 점을 하나하나 보시고 짚어주셨다. 그래서 보완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연출자마다 연출 방식이 다르지만, 감독님은 진짜 배우의 연기를 함께 고민해 주신다. 모든 캐릭터의 연기를 모두 다 해보신다. '내가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넌 어떠니' 이렇게 말해주신다. 그렇게 고민해 주신 점이 좋았다. 그리고 그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배우들이 자기 연기에 만족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고 연출하시는 거 같았다. 그래서 다들 만족하고, 저도 좋았다.

▲ 지영이의 감정뿐 아니라 극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표현도 어려웠을 거 같다.

감독님이 그런 동작, 설정이 왜 필요한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를 시켜주셨다. 바느질 장면도 평소에 그렇게 하지 않은데, 그 의지가 드러나야 해서 '의지를 담아서 했으면 한다'고 해서 그렇게 표현했다. 감독님께서 설명을 다 해주셨고, 그래서 제가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 그런 감독님이 자꾸 '김설현의 외모가 촌스럽다'는 말을 했는데, 어땠을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싶었다. 워낙 외모로 많은 평가를 받는 일을 해왔으니까. 제 생각과 다를지라도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겨왔다. 그런데 나중에 감독님이 오셔서 '내가 그렇게 말한 건' 하면서 설명해주셨다. 제가 상처받을까 봐 설명해주신 거 같다. '이번 드라마로서 캐릭터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더 반짝반짝하고 화려한 거뿐 아니라 보편화된 사람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감사하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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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선택에 강풀 작가가 영향을 줬을까.

저도 강풀 작가님 만화를 보고 자랐고, '무빙'도 재밌게 봤다. 그러니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무엇보다 대본이 따뜻했다. 내가 느낀 걸 시청자들이 느껴준다면 좋은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 강풀 작가는 뭐라고 하셨나.

잘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 현민과는 끝까지 지영을 기억 못 한다.

저는 이뤄지지 않는 사랑을 좋아한다. 그래서 원작을 보면서도 좋았다. 현민은 원작과 조금 더 다르게 표현된다. 진짜 사랑하는데 못 알아보는 느낌으로 표현이 됐는데, 그 지점이 저는 좋았다. 더 애틋해 보이지 않았나. 저는 만족스럽다. 조명가게에서 현민을 보내고 돌아가는 골목길에서 쓸쓸하고, 허무하고, 진짜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뤘는데 다 이루고 나니 허탈함이 남은 그런 지점도 좋더라.

▲ 지영은 현민에게 왜 이렇게 순애보를 보였을까.

친구도 없고, 부모도 없던 지영에게 현민은 전부였다.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해는 유일한 사람이라 그렇게 표현할 수 있었던 거 같다.

▲ 현민 역의 엄태구 배우는 '샤이'한 걸로 유명한데, 현장에선 어땠을까.

저도 신기했던 부분이 행복했던 장면을 찍을 때 대본에 없던 장면도 있었다. 그런데 부끄러워하면서도 굉장히 표현하려고 노력하시더라. '컷'만하면 수줍어하시는데, 부끄러워하면서도 더 표현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영화 '안시성' 이후 다시 만난 건데,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대기할 때 긴장 푸는 방식도 저랑 같아 좋았다. 그게 배우마다 다른 건데, 저와 엄태구 배우도 신 들어가기 전엔 조용히 있는다. 다른 사람들이 보시고 '왜 이렇게 어색해' 할 수 있는데, 저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부러 다가가려고 하는 게 더 어색해져서 자연스럽게 했던 거 같다. 할 말 없으면 안 하고, 할 말 있으면 하고 하는 게 저희를 더 편하게 만들었다.

▲ 엄태구 배우가 '우리 사이는 소울메이트 같다'고 했다.

저희는 대화가 없는 게 편해서 대화를 안 하는 거다. 대화가 없는 상황이 편하고 억지로 하는 게 더 불편한 건데,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대화 좀 해'라고 하셔서 '우리는 말 안 해도 통하는 사이'라고 해명하면서 '소울메이트'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 소울메이트가 된 거 같더라. 이제는 정말 친하다.

▲ 극 중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염을 하는 장면도 있었다. 어땠나.

특별한 기분은 들지 않았던 게, 전작에서도 관에 들어가 봤다.(웃음) 지영의 심리에만 집중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에서 와이어를 타는 장면도 몸이 힘들었다기보단, 감정에 집중하긴 힘들었다.

▲ 이 작품은 어떤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하나.

여러 사람의 생각과 관계, 사랑에 대해 표현한 거 같았다. 또 더불어 가는 세상을 담은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의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혼자만의 의지만은 아니라는 말을 계속하지 않나. 모두가 서로를 살리려고 하는 모습들이 '더불어 가는 세상'을 말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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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를 한 지 올해 12년이다.

연기에 대한 생각은 작품마다 바뀐다. 점점 더 잘하고 싶고, 점점 더 연기에 대한 생각이 진심이 되는 거 같다. 연기를 시작할 때 스스로 다짐한 게 있는데 '무조건 전 작품보다 잘하자'였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잘 지키고 있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보다 다음이 낫겠지' 이렇게 임하게 되니, 더 진심이 되는 거 같다.

▲ 이전엔 걸그룹 센터, 섹시 아이콘이었는데, 앞으로 어떤 타이틀을 얻고 싶었나.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가수 할 때도 '무대 잘한다', '춤 잘 춘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연기자로서 '연기 잘한다'는 평을 듣고 싶다. 그리고 어떤 작품을 볼 때 믿게 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저보다는 배역이 더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잘하고 싶다고 했을 때, 어떤 피드백이 더 의지가 될까.

저는 따끔한 지적을 많이 받았던 사람으로서(웃음) 칭찬이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칭찬이 더 좋은 거 같다. 스스로 자책하는 스타일이다. 스스로 칭찬하지 못한다. 지적받으면 더 주눅 들고, 칭찬받으면 더 신이 나고 자신감을 갖는 게 그게 저에게 도움이 되는 거 같다.

▲ 가수 설현은 못 보는 걸까.

그건 정해놓지 않았다. 기회가 있다면 하고, 저에게 주어지는 대로 하고 싶다. 지금은 연기에 집중하는 시기 같다. 작품을 하다 보면 작품이 끝날 때쯤 '연기가 이런 거지' 이렇게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작품이 끝나고 촬영을 쉬면 그런 알 것 같던 감각들이 휘발되더라. '알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또 다른 걸 하고 싶어 하는 거 같다.

▲ 신년 계획은 어떻게 세웠을까.배우는 기다림의 직업이라, 차기작이 없다면 불안하구나를 많이 느꼈다. 가수로 활동할 땐 주도적으로 앨범을 만들고, 녹음하고, 그렇게 흘러갔는데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고, 촬영 기간도 다 맞춰야 하고, 이런 지점들이 다르다 보니 처음엔 불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쉬는 시간 동안 잘 보낸 거 같고, 그 빈틈을 잘 채운 거 같다. 그런 지점이 뿌듯한 거 같다. 내년엔 새 작품을 촬영할 거 같은데 잘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또 서른이 되는데 전 어릴 때부터 활동해서 서른이 까마득했다. 그런데 이제 서른이 되니 여유가 생겼으면 하고, 기대도 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