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럭비' PD "연예인들한테 럭비 시키면 오히려 쉬웠을 텐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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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최강럭비' 장시원 PD장시원 PD가 '최강럭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시원 PD는 19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최강럭비:죽거나 승리하거나'(이하 '최강럭비') 인터뷰에서 "저는 제가 궁금한 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거 같다"며 "'최강럭비'도 상금도 없는 경기인데, 왜 이렇게 피 흘리고 다치면서 경기하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알아보니 정말 재밌고 매력 있는 스포츠였다"고 말했다.'최강럭비'는 승리의 영광을 위해 온 몸을 던지며 필사의 전진을 이어가는 럭비 선수들의 진짜 승부를 보여주는 스포츠 서바이벌 예능이다. 채널A '도시어부', '강철부대' 시리즈와 JTBC '최강야구'를 연속 히트시킨 장시원 PD의 새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최강럭비'는 단 1개의 리그에 4개의 실업팀과 10개의 대학팀, 그리고 100명 내외의 선수만이 등록돼 있을 정도로 '럭비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펼쳐질 치열하고 처절한 '럭비 전쟁'을 담아냈다. 지난 10일 첫 공개를 시작해 이날 기준 7회까지 공개됐다.
장 PD는 "우리 프로그램은 재밌다"며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럭비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보면 '아, 이거 재밌구나' 느낄 거 같다"며 "냉정한 주변 사람들도 '재밌다'는 반응을 보인다. 많은 공을 들였고, 저는 자신 있다"면서 '최강럭비'를 일단 한 번 볼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7회, 중간까지 공개됐다. 어떻게 봤을까.
저는 안 봤다. 너무 많이 봐서. (웃음)
▲ 콘텐츠 흥행 순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아직 다 공개된 게 아니니까. 톱텐에 올라간 것도 의미 있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앞으로 선보여질 7개가 훨씬 더 재밌는, 절정으로 갈 거다.
▲ 이번에 직접 경기 진행까지 맡았다.
이 대회를 기획했고, 주최자였고, 물론 떨렸다.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들이. 그런데 그게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대리인을 내세우는 것보다 대회를 만들고, 상금을 내세웠던 제가 진정성 있다고 생각했다. 부담되고 떨렸는데, 뭐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었고, 미니게임 세트를 짓는 데 돈이 많이 들었다. 두 달 동안 짓고 녹화를 하루 만에 끝내야 했다. 그래서 실수하면 안 돼 떨면서 했다.▲ 진행은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한 건가?
그랬다.
▲ 세트장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100'이 떠올린다는 반응도 있었다.
'피지컬:100'은 아예 안 봤다. 검투사 느낌의 콘셉트를 갖고 두 팀이 붙는다는 이미지만 생각했다. 그걸 구현하고 싶었던 거다. 그냥 럭비를 하고 싶었고, 초반엔 럭비가 생소한 시청자들에게 수많은 규칙과 액션 중 핵심을 인지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경기들을 준비했다.
▲ 수중전도 눈길을 끌었다.
럭비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다 하는 거다. 처음엔 설원 게임을 구상했는데, 부상 위험 때문에 취소했다. 원래 기획은 수중, 설원, 평지 셋이었다. 살수차는 촬영 날짜가 정해진 상태에서 비가 안올지 몰라 준비했다.
▲ 그런데도 수중전에서도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런 게 럭비에서는 일상적이다. 5명이 실려 갔다. 그 정도로 부상 위험이 있는 경기고, 그렇게 자기 전부를 던진다.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게 럭비라 부상을 편집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했다.
▲카테고리가 예능이다 보니 예능적인 색깔을 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을까.
'최강야구', '도시어부', '강철부대'를 예능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전 다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이분들은 자기 일을 하는 거고, 그 속에서 제작진이 예능적인 요소도 찾아내서 하는 건데, 그 카테고리를 나누는 게 무의미한 시대로 가는 거 같다. 예능이라 '웃겨야 한다' 이건 아니었다. 저는 '최강야구'도 '최강럭비'도 예능이 아니라 드라마를 찍는다 생각했다. 드라마를 찍는데 출연자는 대본이 없다고만 봤다.
▲ 그런데 이전에 프로그램은 유명인이 있었는데, 이번엔 다 생소한 사람들이었다. 캐릭터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았을 듯하다.
그래서 어려웠다. 거기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연예인을 럭비시키면 오히려 쉬웠을 거다. 그래도 이들이 왜 럭비를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이 사람들이 뭘 잘하는가를 짚어내고, 이들이 어떻게 보여주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세트도 지은 거다.
▲ 제작진이 주목한 스타성을 가진 선수를 예상한 인물이 있을까.
각 선수단에 있었다. 나름대로 짚어주는 선수는 있다. 그 선수가 취향에 안 맞을 순 있다.(웃음) 앞으로 럭비가 절정으로 간다. 앞에는 럭비에 관해 설명하고, 인지하고, 캐릭터에 대해 보여준다면 이제 경기 비중이 커진다. 감독님들도 각자 캐릭터가 다르다. 같이 뛰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 그런 캐릭터들도 재미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경기가 시작되면 각자 감독들의 성향도 다른 게 느껴질 거다.
▲ 결과가 정해지지 않은 경기다 보니 돌발상황도 많지 않았을 거 같다.
부상이 일상인 스포츠라, 제작진은 한 경기 한 경기 치를 때마다 가슴 졸이면서 본다. 사고가 나면 안 돼 각종 의료진을 준비시켜서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는 다 같이 소리치면서 경기에 집중했다. 제작진도 감정이입을 하다 보니 그랬던 거 같다.
▲ '최강야구'에서도 감정에 이입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최강럭비'에서 저는 주최자고, 가운데 있는 사람이다. 누굴 응원하는 게 없다. '최강야구'는 제가 단장 역할이라 여긴 감정 이입이 심하다. 지면 밥도 안 넘어 간다. 너무 힘들다. 승리할 땐 너무 좋지만, 패배할 때 그 모든 게 제 책임 같다. 그 감정이 일상생활에 녹아난다. 전 PD일 뿐인데, 좀 다르게 다가왔다. 그런데 '최강럭비'를 할 땐 중간자적인 입장이다. 각 팀의 담당들이 자기 팀 응원하는 것도 전 좋게 봤다. 그 정도로 몰입이 됐다는 의미니까. 그게 프로그램에 중요한 거 같다. 편집에서도 몰입도를 높이는 게 맛을 내는 거 같다.
▲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간 거 같나.
정말 의외의 명승부가 펼쳐진다. 제작진이 왜 소리를 쳤는가가 나온다. 대충 '여기가 이길 거 같다' 이런 게 있는데, 그걸 뒤집는 게 있다. '10년, 20년 만에 이런 경기 처음 본다'는 말이 나온 이런 경기도 있었다. 운이 좋았던 거 같다. 결승까지 보시다가 소리칠 거 같다.
▲ 경기의 편집 포인트는 어디에 뒀을까.
음악이나 럭비를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들을 담고 싶었다. 럭비가 주인공이지만 그걸 하는 사람들의 얘기이지 않나. 이렇게 됐을 때 뭘 느끼고 하는 것들을 편집할 때 강조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과 그건 다르지 않았다.
▲ 윤도현이 음악 담당이었다.
친분은 전혀 없었다. 그분도 럭비를 처음 보셨나 보더라. '이런 게 있냐'고 하셨다. 음악이 주가 되는 건 아니지만 상황에 빨려 들어갈 수 있는 거에 음악이 중요해 보였다. 그래서 그 상황들을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음악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아서 신경을 많이 썼다.
▲ '최강야구'가 방송 중인 상황에서 '최강럭비'를 선보이게 됐다. 힘들진 않았나.
'도시어부'와 '강철부대'도 같이 했다. 해본 경험은 있었다. 사전 작업이 중요한데, 1년 넘게 준비했지만, 촬영은 3월 한 달에 끝냈다. 그런데도 힘들긴 했다. 하지만 하고 싶었다. 선택한 거라 힘들다고 말할 수 없다. 심심한 걸 싫어하는데, 2개 같이 하니 정말 안 심심하더라.(웃음) 제가 처음 받은 충격을, 한 경기에 모든 걸 다 바치는 운동선수가 있다, 그런 종목이 있다, 이런 걸 자세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 세계 사람들이 궁금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니까. 이겨도 손뼉 쳐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피 흘리면서 다치면서 한 경기에 모든 걸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르고, 신선했다. 그게 너무 궁금했다. 종목이 크기 위해선 스타가 필요하고, 뭘 알아야 한다. 럭비 자체는 아예 모르기 때문에. 정말 재밌다, 럭비가.
▲ 피 흘리고 비장함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그런데 그게 럭비다. 가만히 있으면 지는 거다. 럭비는 가만있으면 지는 거다. 190cm에 130kg짜리가 덤비는데 안 무섭겠나. 그런데 안 부딪히면 지니까. 그러니 버티고 전진해야 한다. 그게 우리 사는 삶과 비슷하지 않나. 적당히 하면 밀리니까.
▲ 럭비는 상금이 없는데 3억원으로 내놓은 게 있나.
금액은 제가 정한 건 아니다. 그런데 금액과 상관없이 다들 좋아하셨다. 럭비를 하는 사람들이 성취했을 때 뭔가 가져갔으면 했다. 돈이든 트로피든 가져갔으면 했다. 요즘 스포츠에 그런 게 없으니까.
▲ 이전까지 내놓은 프로그램들을 보면, 좋아하는 걸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거 같다.
좋아한다기 보단 궁금한 거다. '도시어부' 기획했을 때도 전 낚시를 하지 않았고, 육군을 나왔는데 특수부대가 궁금해 '강철부대'를 하게 된 거다. 낚시인을 봤는데 이해가 안 되더라. 고기 잡으려고 12시간 앉아있는 게. 그게 그들의 세계고, 당연한 거다. 물고기를 낚아서 1cm가 더 크니 마니 하는 걸 보며 '왜 저러나' 하면서 시작한 거다. 럭비도 궁금한 분야였다. 지금 또 궁금한 게 있는데, 어떻게 프로그램이 될지 두고봐야 할 거 같다. 혼자 상상하고 있으면 즐겁다. 처음 '최강야구'를 떠올리고, 구상하고, 얘길 한 게 있다. 그 구상을 하고 나서 2년이 흘렀다. 고척과 잠실에 관객이 가득 찬 걸 봤다. 그게 혼자서 생각한 게 구현이 된 거라 거기서 오는 성취감, 벅참이 있다. 감사한 것도 있다.
▲ 앞으로 '최강럭비'가 시즌제로 만들어진다면, 앞으로 3, 4개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작업해야 하는 상황도 오는 게 아닌가.
계획을 잘 세워서 차근차근해나가야 할 거 같다. '최강야구' 제작진이 몇백명, 여기 몇백명 있다. 그런데 이걸 잘 조율 하는게 힘들더라.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가야 할 거 같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 '최강럭비' 안 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재밌다.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 끝까지 보는 데 정말 재밌다. 럭비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보면 '아, 이거 재밌구나' 느낄 거 같다. 주변 냉정한 지인들에게 '재밌다'는 반응도 오고 있다. 저는 자신 있다. 많은 공을 들였다.
▲ '최강야구'처럼 '최강럭비'도 시즌제로 가면 럭비 자체가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제가 그래서 '최강야구' 인터뷰도 안 했다. 이걸로 인기가 많아지고, 저변이 넓혀지고, 이게 아니다. 그런 말이 부담스럽다. 제가 럭비협회 회장도 아니고,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다.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다는 말씀만 드리지, 이 부분에 대해 발전을 논하는 게 넘치는 거 같다. 그냥 이걸로 많이 봐주면 좋은 거 같다.
▲ 남성향 프로그램을 많이 만든다는 반응이다. 연애 프로그램도 관심이 있을까.관심 있는 건 맞다. 다만 하게 되면 다르게 하고 싶다. 같은 걸 하고 싶진 않다. 제가 미혼이다. 연애 프로그램을 즐겨 보진 않은데, 길거리 가다 보면, 여기서도 대학생들이 손을 잡고 가더라. 그걸 보며 영감이 떠오르는 게 있다. 제가 남성향 프로그램만 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여성 시청자가 더 많다. 그 편견이 있는 거 같다. 남자들도 있지만 여성들이 높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